1분 30초
1분 30초
행복의 뜨락
  • 강희진
  • 승인 2015.08.2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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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진 수필가.

팥 주머니를 만들어서 무릎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퇴행성 관절을 앓고 난 다음이었다. 지인한테 무릎 관절에 좋다는 말을 듣고 난 이후 사용하게 되었다.

한 번 올려놓으면 따뜻함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 데우는 시간이 1분 30초이다.

그 정성 때문인지 무릎이 조금씩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걷는 것도 훨씬 편해지다 보니 무릎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무릎이 약하면 걷는 데 적지 않은 지장이 있을 테고 그만치 무릎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여타 동물과는 달리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무릎 때문이다. 또한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직립보행을 하기 때문이라면 무릎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요즈음 내 시간은 1분 30초 단위로 끊어진다. 팥 주머니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30초를 기다린다. 잠깐이려니 하고 기다렸는데 그 시간은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지키고 있는 것이 지루해 화장실을 다녀와도 시간은 30초가 남아 있고 때론 아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용건이 끝날 때 쯤 그때야 전자레인지에서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음이 들리곤 했다.

실험적으로 빨래를 널어 보기도 하고 걸레질도 해 보며 그 시간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1분 30초란 시간이 참 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부터 밖에 나가 시간에 쫓길 때 예를 들면 버스 시간을 3분 남기고 전철역에 도착 했을 때 예전 같으면 버스를 탈 생각을 못하고 그 시간을 넘기고는 했는데 팥 주머니를 만든 다음부터는 1분 30초의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를 알기에 서둘러 차를 타기도 하고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도 3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학창시절 사용했던 공중전화 1통이 3분이었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적용해보니 3분이면 전달하고픈 이야기는 다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부터는 불필요한 이야기가 더 많았고 그러고 나면 곧 후회하기도 했다.

일단 짧게 통화를 끝내고 나면 내 마음이 적절한 리듬을 탄 것처럼 간결한 느낌이 들곤 하였다. 요즘 예전에 읽었던 '시간을 지배한 사나이'란 책을 떠올린다. 자기의 모든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하고 평가해서 방대한 저술을 남긴 과학자 루비세프의 이야기였다.

젊은 시절에는 루비세프가 오히려 시간에 얽매이고 시간에 지배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 중요성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런데다가 최근 무릎이 아파서 팥 주머니를 사용하고 나니 짧은 시간의 중요성이 더 절실해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는지를 생각하면 아쉬울 때가 많다.

시간은 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촌음을 아껴 쓰다 보면 내 마음이 좀 더 풍요롭고 윤택해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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