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깨우는 설레임
일상을 깨우는 설레임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5.03.1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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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꽃피는 3월을 시샘하듯 바람이 차다. 동면하다 깨어난 것 처럼 기진맥진하고 엊그제 첫 수업을 시작했는데 힘에 겨워서 저녁 일찍 잠이 들었다.

일이 많은 것도 아닌데 힘은 배로 든다. 여행휴유증처럼 일상의 무기력감일까? 작년 9월쯤 여행모임에서 경비에 맞춰 동남아쪽으로 여행지를 알아보다가 우연히 스페인을 가기로 마음이 모아졌다.

돈은 둘째치고 유럽으로 처음 진출한다는 생각에 한껏 들떴다. 세 집이서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친구끼리 가기로 했다.

남편 몰래 대출을 받아서 여행비를 입금했다. 비록 빚을 져서 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그 때부터 나는 스페인을 날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스페인의 가볼만한 곳, 음식, 유명한 것 등을 찾아 보고 TV에서 했던 '꽃보다 할배'의 '스페인'편을 다시보기하면서 미리 즐기는 여행은 맛도 있고 멋도 있었다.

두 아들에게도 스페인에 대해 미리 찾아 보도록 일러두었다. 수업을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아나운서 손미나가 쓴 '스페인, 하늘을 날다'라는 책은 단숨에 읽어 내려갈 정도로 흥미로웠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하면서도 문득 문득 '스페인'여행이 떠올라 혼자서 웃고 즐거웠다. 4개월여를 날짜를 세다 시피 기다리면서 처음 두 달은 시간이 거북이 걸음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두달 전부터 환전을 위해 환율을 날마다 보면서 조금씩 유로로 바꾸어 두었다. 유로로 환전한 뒤 환율은 점점 낮아져서 여행직전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전을 너무 일찍 해서 조금 손해를 보기는 했지만 그런 손해를 감당할 만큼 여행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행복은 컸다.

9일간의 여행으로 인한 수업 공백을 위해 미리 보강수업을 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몸은 힘들었지만 체력은 방전되지 않고 계속 충전되었다.

여행가기 일주일전부터 집안을 구역별로 나누어 대청소를 했다. 이틀전부터는 남자들이 제일 무서워한다는 곰국을 끓여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

냉장고 앞에 밥솥 사용법과 음식이 어디 있는지 메모를 해 두고 비상식량으로 햇반과 라면을 사 두었다.
하루전에 여행가방을 꾸렸다.

드디어 2015년 1월 26일 저녁에 인천공항을 향해 움직였고 자정쯤 비행기는 '스페인'을 향해 출발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설레임이 큰 것처럼 착륙직전까지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을 마음껏 풀어 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8월에는 이탈리아를 날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며 일상의 무기력에서 탈출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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