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애
새로운 장애
행복의 뜨락
  • 강희진
  • 승인 2014.11.20 14: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강희진 수필가.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을 한다. 아침에 눈을 떠서 조금 더 누워있을 것인지, 일어날 것인지, 옷은 이것을 입을지 저것을 입을지, 점심 메뉴는 또 어떤 것을 선택할지 이런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직장을 선택하고 배우자를 선택하는 일까지 평생을 매 순간 순간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작은아이는 자주 전화를 하는 편이 아니다. 아주 당당하게 엄마가 나를 낳은 순간 난 하나의 객체다. 왜 엄마는 나를 엄마의 부속물로 생각하려고 하느냐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결정할 일이 있으면 몇 번씩 전화를 해댄다.

심지어 남자친구를 소개 받기로 했는데 세 명의 친구가 동시에 소개를 시켜준다고 했다면서 소개받을 남학생들의 프로필을 읊으며 누구를 만나야할지 선택을 해 달라고 한다. 때론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아이에게 내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며 나이를 먹으면 나아지겠지 하며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읽는 문화기사에서 충격을 받았다. 요즘 국어사전에도 없는 신조어인 '결정장애'에 대한 이야기였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한단다. 짬봉을 고를지 짜장면을 고를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짬짜면이 나오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애교라고 했다. 아기 옷을 비롯해 소파, 벽지 거기다 이사 갈 집까지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놓고 사람들에게 골라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상견례에 입고 갈 겉옷은 물론이고 속옷색깔까지 결정해달라고 올린다는 글을 읽고 문득 내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나 또한 이런 젊은 사람들을 나무랄 처지가 아닌 듯하다. 나도 어떤 물건을 선택할 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구매후기를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온갖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물건을 찾아보고 며칠 동안 결정을 미루다 정작 그 물건을 꼭 써야할 때 쓰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정보 과잉으로 꼽았다. “정보 과잉을 경험한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유보하고 지나치게 많은 정보에 노출되면 사람들은 분석능력이 낮아지고 이를 통해 자신의 결정이 멈춰질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늘 가지 않는 길 즉 선택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미련이 있다. 만약에를 되풀이 하면서 그때 그 길을 선택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며 또다시 결정에 대한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내 결정에 책임을 지고 그 선택이 잘못 됐더라도 내가 선택한 것이니 감수 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러다보면 자기 확신이 생기고 남에게 묻거나 의지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지 않을까 싶다. 혼자 생각만으로 선택한 것이 다 옳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무서워 타인에게 의지하고 결정을 못 내린다면 무엇을 선택해야할까 하는 생각으로 우리의 아까운 삶이 다 흘러가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일부터는 뜸들이지 않고 결정하고 실천하는 목록을 내 생활철학에 하나 더 끼워 넣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