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곳을 향해가는 친구
같은 곳을 향해가는 친구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3.11.27 0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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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창 밖으로 보이는 가을 하늘이 아이들 눈망울처럼 맑고 푸르다. 낙엽이 뒹구는 교정을 물끄러미 보면서 울긋불긋한 단풍에 시선을 뺏기고 수업시작전의 고요함과 적막함을 느낀다.

짧은 가을 단상을 깨뜨리며 아이들이 하나 둘 문을 밀치고 들어오기 시작한다. 일주일간 보고 싶었던 마음과 궁금함을 담아 인사를 건네지만 아이들은 오늘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하여 너도 나도 묻기 바쁘다.

그 틈을 비집고 샤샤가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하며 낭랑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장난기 어린 얼굴을 들이민다. 샤샤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다우리반 1학년 친구이다. 올해 대소초등학교가 다문화예비학교로 지정되면서 '다우리반'이 생겼다.

중국에서 온 영호와 샤샤가 다우리반 선생님과 함께 처음 '종이접기.쿠키공예부'에 왔을 때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으로 눈인사만 하고 만들기를 직접 보여주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을 함께 진행하면서 우려했던 것은 일반아이들이 다우리반 아이들을 다르게 보거나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국말을 빠르게 습득해 가는 샤샤는 동갑내기 여자친구 옆에서 수업에 집중하기 보다는 또래남자아이처럼 장난을 치느라 야단맞기 일쑤지만 금방 잊고 해해거린다.

한편 5학년 영호는 조용하고 말없는 성격이지만 수준급의 만들기 실력을 자랑하여 아이들이 감탄하고 칭찬하니 활짝 웃으며 으쓱해 한다. 그 뒤로 다우리반 친구들이 한 두명 늘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방과후수업을 받으러 오고 있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지만 아이들은 어른처럼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묶이지 않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다우리반 아이들과 일반 아이들은 서로 함께하며 소통의 장을 넓혀 가고 있다.

만일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다우리반 아이들만 따로 방과후 수업을 했더라면 결코 아이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함께 걸어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다'라는 말처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이 많아질 때 다문화친구와 한국친구는 비로소 같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는 진정한 친구로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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