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바시
세바시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3.10.3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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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무료하고 의욕 없는 날이 계속 되었다. 언젠가 잠깐 보았던 강연이 생각이 났다. 그 강연을 들으면 뭔가 기분전환이 될 것 같았다. 컴퓨터로 검색해 보니 쉽게 찾았을 수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의로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까? 반신반의였다.

하하하! 나도 모르게 혼자서 소리 내어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도 남들처럼 큰소리 내어 웃을 줄 아는 구나! 그런데 왜 웃으려고 노력도 하지 않았을까? 어느 순간부터 나는 행복하다는 말과 생각을 잊고 살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한 번 웃음주머니가 터지면 쉽게 웃음이 그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웃다가 눈물에 콧물까지 흘렸던 과거의 시간이 나에게도 있다. 요즘 딸아이가 친구들과 삼삼오오 깔깔대며 몰려다니는 것을 보고 시끄럽다고 야단치기도 했지만 '참 좋을 때다'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고 보니 학창시절 이후 나는 큰 소리 내어 웃은 적이 별로 없다. 아니 웃을 일을 찾지 못했다는 편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늘 무엇인가에 쫓기며 원칙을 중요시 생각했고, 모범생의 틀에서 살아야 했던 내 삶은 늘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동안은 바삐 지내다보니 나처럼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몇 년 전.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이명을 앓게 되었는데 아프고 난 뒤 조금만 힘든 일을 하거나 신경을 쓰면 병이 자꾸 재발하였다. 일중독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일에 목숨을 걸었던 내게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은 죽으라는 것과 같았다. 조금만 무리하게 일을 하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하다 보니, 점점 내가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때 즈음인 것 같다. 내가 설 자리를 찾지 못하다보니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에 대한 흥미를 잃은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모두 그러하겠지만 그동안의 나의 삶도 나를 위해 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위한 삶에 초점이 맞추었던 것 같다.

나를 희생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에 익숙해져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죄책감으로 살았던 나, 그로인해 피해의식이 내면에 잠재하고 있던 나는 마음껏 행복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 때문이었을까?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난 뒤 큰소리 내어 마음껏 웃어보지 못했고, 마음껏 내 감정을 표현하고 살아보지 못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허탈감이 나를 옭아매 옴싹달싹도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다 보니 점차 우울증으로 변해갔다.

벗어나려 노력해 보았지만 얼마 못가서 다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나를 보며 다시 힘을 내어야 할 이유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시간' 강의를 듣고 마음이 움직이게 되었다.

김창옥 교수의 '열정, 권태 그리고 성숙' 강연 내용을 통해 인간의 인생에는 열정기, 권태기, 성숙기 세 가지 단계가 있다. 그리고 열정이 심했던 사람이 권태도 심하게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그동안 일에 대해 열정을 갖고 열심히 살아 왔기에 심한 회의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영원할 거라고 믿던 열정기를 경험했고, 전에 의미를 느꼈던 것들이 지금은 가치가 없어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권태기를 거쳐 나는 지금 우울의 단계에 서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 중 소수의 사람만이 우울 단계를 극복해 소통의 성숙기로 접어들게 된다는 말에 공감한다.

나는 지금 권태기를 거쳐 우울의 단계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의학에서 발견한 호르몬 중에서 새로 발견된 다이돌핀은 엔돌핀의 4천배나 된다고 한다. 좋은 노래, 아름다운 풍경에 빠졌을 때나 전혀 알지 못했던 진리를 깨달을 때, 엄청난 사랑에 빠졌을 때 우리 몸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이 중에서 나의 경우는 세바시의 짧은 강의 내용 속에서 깨달음과 진한 감동을 받고 다이돌핀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세바시'가 옥수수 씨앗처럼 내 마음에 들어와 아주 힘든 시기를 잘 넘길 수 있게 되었고,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면 삶의 분수령을 맞이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평소 개그 콘서트와 같은 코미디로도 나의 웃음을 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나를 감동하게 했고 웃게 했다. 나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시간은 단 15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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