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과나무
나의 사과나무
금주의 시
  • 음성뉴스
  • 승인 2013.06.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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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숙 시인.
사과나무 한 그루
세상살이에 시달리고 있다.

마디마디 마다
세상을 등에 얹고 자라났지만
삶의 고비에서 만난 진무름
낯선 병원균을 대수롭잖은
습진인양 미루어 두었는데
그것이 죽음을 부를 줄이야

다만 열매 맺는 삶이고 싶어
손가락 갈퀴발로 일하며 사랑하며
생에 애착한 죄 밖에는 없는데
절반을 뭉텅 잘라 낼 수밖에 없었던 절망
희망마저 붉은 노을로 하늘가를 맴돌았었다.

부란병을 앓고 나서
가진 것 다 내어주고
외줄타기 목숨 신음조차 할 수 없는
좌절 앞에 서서 연명의 곡예라도 하려면
목숨에 대한 마지막 집착마저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깊이 깨달은 후에
노을빛 사과 훈장처럼 어깨에 달고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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