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도 갑과 을의 관계
정치권에서도 갑과 을의 관계
아침단상
  • 음성뉴스
  • 승인 2013.05.16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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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홍 음성뉴스 발행인.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자리 잡아 온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소위 갑과 을의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갑과 을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바로 계약서상에서 이다.

갑, 을 관계라는 말은 계약서에 계약당사자들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기 시작한 말이다. 상대적으로 일과 돈을 주는 높은 위치의 계약자를 '갑', 낮은 위치의 계약자를 '을'이라 한다. 그래서 을은 갑에게 상대적으로 약자가 되고 갑은 또 그렇게 강자가 되는 것이다.

계약서상의 갑, 을 관계를 떠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강자의 갑과 약자의 을의 관계에서 각종 횡포가 벌어져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비행기 안에서 라면 문제로 여승무원에 횡포를 벌인 어떤 대기업 임원의 행동을 갑과 을의 관계라며 갑의 못된 행동을 규탄하는 목소리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또 요즘 우리나라를 그야말로 뒤집어 놓은 남양유업의 직원 막말 파문이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본사 직원이 대리점 대표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은 관계도 '갑'과 '을'을 대표하는 사례로 보고 있다.

이 갑, 을 문화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정치권이라 할 수 있다.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권에서 현역과 예비 후보도 갑과 을의 문화로 형성되고 있어 자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런 사례는 최근 음성 일부 행사장에서 정치인들의 축사 문제로 옥신각신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것도 갑과 을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음지가 양지가 되고 양지가 음지가 된 사례들을 보는 것 같은 모습이다.

지난주 모 지역에서 있는 경로잔치에 경대수 국회의원과 김종률 민주당 도당위원장의 축사가 문제화 되어 주최자측이 곤욕을 치렀다.

한 쪽에서는 현역 국회의원이 되기 전 도당위원장 시절, 각종 행사에서 현역 국회의원과의 차별화로 축사에서도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그날 경로잔치에서 원외 도당위원장 축사에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보였다.

행사장에서 축사는 말 그대로 행사를 축하하는 말을 전하는 것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상대 정당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사례는 겉으로 보이지 않지만 정치권에서 상대의 견제는 비일비재하다. 실례로 지난 2011년 10월 12일 원남면지 발간 기념식에서 당시 한나라당 충북도당위원장인 경대수 위원장이 내빈 축사를 했다가 군의원의 이의 제기로 난처한 경우를 당하기도 했었다.

이날 모 군의원은 “이날 행사는 순수하게 원남면지 발간을 축하하는 자리인데 왜 정치인의 축사가 들어가야 하느냐"며 행사 진행을 맡은 원남면 관계자들에게 정치인이 축사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을 촉구했었다.

모 군의원은 “이날 행사가 정치인의 축사로 행사장이 정치 도구화된 기분"이라며 “이 같은 일을 문제제기하지 않으면 차후 군내에서 열리는 각 행사 때 반복되는 일이 전개될 것"이라며 음성군의 대책을 촉구했었다.

현재는 군내에서도 정치 상황이 바뀌어 당시 도당위원장이 국회의원이 되어 갑이 됐고 상대당 정치인은 도당위원장으로 을의 신세가 됐다. 세상은 돌고 도는 모습이다.

이런 강자인 갑과 약자인 을의 관계를 푸는 열쇠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요원한 것 같다. 아마도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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