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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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3.05.0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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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아침이면 넓은 거실을 비추는 햇볕이 기분을 좋게 한다. 창문을 닫으면 바깥소리도 들리지 않고 날씨도 짐작하기가 어렵다.

창문을 반쯤 열고 얼굴을 내밀면서 그 날의 날씨에 맞는 옷을 입는다. 지난 겨울은 결혼 15여년 만에 처음으로 따뜻하게 지냈다.

비산리 시골집과 읍내 주택을 벗어나 새로 지은 아파트로 작년 11월에 이사를 왔다. 주택은 벽에도 숨구멍이 있는지 늘상 바람이 들었고 비산리에서는 봉당에 비닐도 치고 벽마다 커텐이며 이불을 둘렀다.

그러나 바람은 틈을 잘도 찾아 들었다. 그런 추위를 막아줄 수 있는 따뜻한 집이 너무도 그리웠다. 그러던 차에 음성에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꿈을 꾸고 아파트가 지어지는 모습을 지켜 보았다.

막힌 공간을 싫어하고 마당이 있는 주택을 좋아하는 남편도 추위가 지겨워졌는지 아파트로 이사 갈 생각을 하였다. 그렇게 해서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작년 10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에는 이제 거의 입주가 된 상태이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선거관리위원을 맡게 되었고 분주하게 동대표선출, 이장선거까지 치르고 읍내9리로 마을 구성을 하기 위한 임원 선출이 진행되었다. 얼결에 동에 반장까지 맡다보니 마을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살았던 시골마을에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했던 부녀회에 가입을 하고 지난주에 첫 모임이 있었다. 친구도 있고 아는 이도 더러 있었지만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낯설었다. 새로운 문화에 첫 발을 딛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주택에 살면서 하루 하루 살기에 바빠서 마을일에는 무심했고 해마다 열리는 경로잔치때나 나가서 설거지를 하면서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듣는 게 전부였다.

마을 경조사는 대부분 남편이 참여했고 집에서 쉬는 일요일에도 편하게 놀러가서 커피한 잔 얻어 마실 주변머리도 없었고 그런 이웃도 만들지 못했다.

그렇게 조용히 온전히 내 삶에 집중하며 일을 하고 시골에서 살았다.아파트문화가 새롭고 낯선 건 남편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관리실을 통해 들려오는 '층간소음'에 대한 안내는 거실에서 오가는 발걸음을 신경쓰게 했고, 혹시 아랫집이 우리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을 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공동주거주택이기에 몇 가지 규칙이 있기도 했지만 편리한 점도 많았다.

무인택배함이나 경비실이 있어서 언제 어느때라도 택배를 받을 수 있는 점이 내겐 가장 편리했다. 며칠뒤면 아파트에 경로당 개소식과 더불어 읍내9리라는 새로운 마을로 형성된 것을 축하하기 위한 주민화합잔치가 열린다.

조상대대로 터를 닦아 온 마을이 아니라 이제부터 터를 닦아갈 마을이 생김을 축하하는 날이기에 어떤분들이 함께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렘도 생긴다.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이웃으로 첫 만남을 갖고 싶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창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단절된 듯 보이지만 문을 열면 한 눈에 여러집이 보이는 소통의 공간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아파트에서 서로가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인다면 제각각의 음색을 드러내면서 조화로운 문화를 형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마을잔치를 알리는 꽹과리소리가 아파트에 울려 퍼질것이고 터를 밟는 농악대의 뒤를 따라 마을 사람들의 어깨춤이 이어질 것이다. 이제부터 신명나게 놀 준비를 하고 모두가 즐기는 문화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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