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대화하기
마음으로 대화하기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3.04.22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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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요즘 주변에 임산부들이 많다. 주로 결혼 이주 여성들이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것들을 가르치다 보니 태교에 대해서도 알려 줘야 한다. 그들과 태교에 대한 책을 같이 보는데 나 역시 이제는 까마득하지만 첫 아이를 가졌을 때의 기억이 새삼스럽다.

내 안에 잉태된 새 생명에 대한 신비로움, 한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설렘과 기쁨,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기쁨과 함께 찾아 온 심한 입덧은 한동안 나를 힘들게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러오는 배와 아기의 태동은 신비롭기만 했었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내 태교법은 마음으로 대화하기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느끼는 감정들을 아이에게 마음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끊임없이 아이와 대화하듯 교감을 나누고자 애썼다.

또한 태교에 대해 알고 있던 상식과 기초적인 지식들은 임신기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었다. 그런 태교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우리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편이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지나치게 조용한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부모 또한 적극적이지 못한지라 아이에게 무리하게 욕심내지는 않았다.

돌이켜 보면 아이들을 키우며 속상하고 가슴 아플 때도 많았다. 하지만 바람도 불고 비도 내리듯 크고 작은 아픔도 겪으며 아이는 몸이 성장하듯 마음도 단단해질 것이라 믿었다. 중국 남북조 시대의 학자인 안지추(顔之推)는 '안씨가훈(顔氏家訓)'이란 책에서 태아도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며 오래전에 이미태교의 중요성을강조했다고 한다.

현재는 태교가 임신 중의 중요한 과정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태교의 방법과 중요성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다. 어떤 경우에는 임신 기간 10개월을 아이의 인생주기와 비교하여 태아가 5개월일 때 어머니가 힘든 시기를 보냈으면 태어난 아기의 인생 중반부에 힘든 고비가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을 어느 책에선가 본 기억이 있다.

그 말을 다 수긍하는 것은 아니지만 태교가 중요함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한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한그루의 나무를 가꾸는 일이다. 씨앗을 뿌리고 싹이 나면 물도 주고 햇빛도 쬐어주어야 한다. 비, 바람이 심하면 가려주기도 해야 올곧게 자라서 꽃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태교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느끼는 그 사랑이 아이 인생의 밑거름이 되어 예쁘고 훌륭하게 자랄 것이다. 태교는 마음 밭이 고운 아이로 키우기 위한 첫 번째 몫이다. 어느새 우리 아이들은 다 커서 부모의 품을 훌훌 벗어났다. 큰 아이는 대만으로 워홀을 떠났고, 작은 아이는 지방에서 학업중이다.

각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부모 입장에서는 대견하다. 우리 딸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이주 여성들도 오래 전 나와 같은 과정을 밟아 가고 있는 중이다. 외국어로의 한국어를 배우며 어설픈 한국어지만 마음만은 진실하게 아기를 위해 준비한다.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하는 자체로 이미태교의 반은 성공하리라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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