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점에서 출발하여
하나의 점에서 출발하여
행복의 뜨락
  • 박윤희
  • 승인 2013.03.21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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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해답 없는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본다. 늘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인 줄 알면서 답을 찾으려 애써보지만 오늘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갖가지 여러 모습과 만나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대할 때에 그 사람을 하나의 점에 비유하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 위에 하나의 점을 찍어 놓은 것처럼 그렇게 그 사람을 대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하나의 점으로 만난 이 사람과 나는 선으로 연결될 사람인가? 아니면 하나의 모래알 같은 점에 불과할까? 그래프를 그리듯 머릿속에 그려보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랑의 끈이든, 미련의 끈이든, 증오와 미움의 끈이든 서로가 서로를 에워싸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인연의 끈도 처음에는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었겠지.

사람과의 인연이 하나의 점으로 시작하여 수많은 점들이 되고, 그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기도 한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점은 부모 그리고 형제자매이다.

때로는 내가 원하는 모습의 선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버릴 수 없는 핏줄의 끈으로 이어져 나와 함께 가야할 인생의 선들이다.

또, 가족 이외에도 친척, 친구, 직장 동료에 이르기까지 나를 에워 싼 많은 선들이 있다. 긴 선, 짧은 선 모두 나에게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이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까지도 모두가 나의 인생길을 함께 만나게 되는 점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날 때 이 사람은 점일까, 선일까, 선이 된다면 얼마나 긴 선이 될까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이런 생각에 가끔 주변 사람들이 하나의 점과 선으로 보인다.

한 번은 이런 나의 행동 때문에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내인생에 하나의 점에 불과 할 것 같다고 판단하여 '이 사람은 내 인생과 상관없는 사람이겠지. 한 번보고 말 사이인데 뭐' 하고 진심으로 대하지 못했다가 나중에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적이 있었다.

때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이 들어 어느 새 점이 아닌 선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참 후, 그 사람과 가까워지고 난 뒤 그가 나에게 물어왔다.

처음에 만났을 때 왜 그렇게 쌀쌀맞았냐는 말에 미안하고 당황스러웠다. 아, 그래서 옛말에 사람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나보다.

지금 이 순간도 나와 새롭게 만나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헤어지는 사람도 있다. 나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짧은 인연이든, 길고 질긴 인연이든 나에게 주어진 인연의 끈인 것은 분명하다. 미리 앞서가지 않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 나의 몫인 것 같다.

오늘도 새로운 사람과 만나 하나의 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한다. 그 사람이 선으로 이어져 나갈지, 하나의 점으로 남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사람을 미리 판단하여 결정하지 않으련다. 그리고 하나의 좋은 인연의 끈이길 마음속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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