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삶을 느끼며
또다른 삶을 느끼며
행복의 뜨락
  • 박윤희
  • 승인 2013.01.18 0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윤희 수필가.

여행은 출발 전 한 달간의 설렘과 여행 후 느끼는 여운 때문에 중독이 된다. 또한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간직하였다가 순간순간 꺼내볼 수 있는 행복감이다.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할 수도 있고, 함께 한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즐거움이 된다.

이런 행복은 저금을 하듯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꺼내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는 재산으로 남기도 한다.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의 방문으로 낯선 사람과 낯선 환경이 나를 긴장시키고 설레게 만든다.얼마 전 홍콩을 다녀온 적이 있다. 일상에 찌들어 있다가 다녀온 여행은 메마른 마음에  약비가 내리듯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이번 여행은 또 다른 긴 여운이 남는 것 같다.

홍콩 도착과 함께 우리들의 일탈이 시작되었다. 누구의 선생님,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친구라는 틀을 벗고 나 그 자체로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산다는 것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 타인의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사회 관념상 늘 행동 조심하고 말조심해야하며 누군가를 의식하면서 산다는 것이 일반 연예인만은 아니다.

나 역시 아는 사람이 많은 관계로 공인 아닌 공인으로 살아가야 할 때가 많다. 나의 행동하나하나가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들과의 여행은 그동안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홍콩에서 관광의 재미는 볼거리와 들을 거리가 적절히 조화되어 홍콩인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홍콩영화로만 보았던 그들의 삶을 직접 느끼며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라마다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자연환경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었다.

나의 관심거리는 볼거리보다는 들을 거리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가이드의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나와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홍콩은 홍콩 섬, 구룡반도, 신계지역, 홍콩 섬 주변의 작은 섬들로 구성되어있다. 전체 면적에 비해 인구수가 많아 땅값이 비싸기로도 유명하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집값도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6평의 아파트에 6~8명의 가족과 가정부까지 함께 산다고 한다. 이 말에 우리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그 좁은 집에 남과 함께 살까?

우리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홍콩은 여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여자들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한다. 그 좁은 집에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지도 의문이 풀리는 부분이다. 이곳에서는 하루 세끼 식사는 밖에서 다 사 먹고, 빨래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씩 빨래방에서  건조까지 해서 가지고 오며, 나머지 집안일과 아이 돌보고 개 산책시키는 일은 가정부가 한다.

가정부들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온 여성으로 2년 계약으로 오는 데 월급이 아주 적다고 한다. 이렇듯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거의 없고 집안에서 하는 일이 없기에 살림살이도 필요 없어 집이 크지 않아도 별 불편함이 없다. 자동차는 비싸지는 않지만 주차공간이 없어 자가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1평의 주차공간을 사려면 우리나라 돈으로 1억 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면서 색다른 혜택을 받고 살기도 한다. 홍콩은 습도가 높기 때문에 겨울에도 24시간 에어컨을 켜고 살아야 한다. 우리는 1급 호텔에서 머물렀지만 11월 초의 날씨에도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 긴 옷을 입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야했다. 이처럼 온돌을 사용하는 한국인이 여행을 오면 좋은 호텔에서 보일러도 안 켜준다고 난리란다.

우리도 에어컨을 끄고 자려고 했는데 너무 습하고 눅눅해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다. 홍콩은 습도가 너무 높아 어쩔 수 없이 24시간 에어컨을 켜고 살지만 전기세가 한 달에 오천 원 정도, 많이 쓰면 만 오천 원 정도 나온다고 한다. 또, 일 년에 한 번씩 전기요금 보조금이 백만 원 정도 통장으로 입금된다고 한다. 때로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기에 그 곳에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이겠지?

이층버스를 타고 홍콩의 밤거리 침사추이 시내를 구경하면서, 손에 닿을 듯한 현란한 네온사인과 북적이는 거리에 묻혀있는 홍콩인들의 얼굴에서 전해지는 그들의 삶이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다. 한 달의 설렘으로 기다렸던 시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될 만큼 홍콩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