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해진 연심 수줍게 웃음 피운다
석양이 지고 골목 끝으로 깔리는 어둠
아이 부르는 어미의 정겨운 목소리
해맑은 소란
늦은 귀갓길
골목 어귀에 장승처럼 걸려있던
갓 제대한 오라비의 긴 그림자
달무리 진 밤
집 앞 전봇대의 고깔 쓴 백열가로등은
연인의 첫 입맞춤을 훔쳐보고
눈이 부셔 못 본 척 고개 숙이던
그 집 담장 위에 핀 붉디붉은 덩굴장미
치열하고 혼란스러웠던 청춘
그 시절 골목풍경은 색바랜 풍경화
가끔 꺼내보는 추억
가슴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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