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풍경
골목 풍경
금주의 시
  • 김정순
  • 승인 2012.05.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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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순 시인. 짓시회.
라일락 꽃내음이 물결처럼 골목 안에 퍼지면
아스라해진 연심 수줍게 웃음 피운다

석양이 지고 골목 끝으로 깔리는 어둠
아이 부르는 어미의 정겨운 목소리
해맑은 소란

늦은 귀갓길
골목 어귀에 장승처럼 걸려있던
갓 제대한 오라비의 긴 그림자

달무리 진 밤
집 앞 전봇대의 고깔 쓴 백열가로등은
연인의 첫 입맞춤을 훔쳐보고
눈이 부셔 못 본 척 고개 숙이던
그 집 담장 위에 핀 붉디붉은 덩굴장미

치열하고 혼란스러웠던 청춘
그 시절 골목풍경은 색바랜 풍경화
가끔 꺼내보는 추억
가슴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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