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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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4.02.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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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 수필가.
강희진 수필가.

지난달에 나에게 특별한 일이 하나 있었다. 큰아이가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큰아이 직업이 스케줄에 따라 밤 비행을 하는 것이 늘 안쓰러웠다. 사무장의 배려로 방콕 가는 비행에 같이 가서 아이가 머무는 동안 여행하다가 올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근무하는 비행기를 타고 간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힘든 일을 하는 것을 본다는 것에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취업하고 5년 만에 주어진 기회이니 놓칠 수 없었다. 아이들 어릴 때 부모님 직장을 방문해서 체험해 보는 숙제가 있었다.

그래서 두 아이를 직장에 데리고 가서 앉아 있게 하고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아이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거꾸로 내가 아이의 직장 체험을 하고 있으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듯싶다.

잔뜩 긴장하고 탔는데 좁은 비행기 안을 누비며 일하는 것이 편안해 보여 마음이 놓였다. 큰아이 말이 낮 비행이었으면 엄마가 울고 갔을 것인데 밤 비행이라 다행이라는 말을 했다. 밤 비행은 손님들이 잠을 자기 때문에 낮 비행보다는 편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남은 시간은 책도 읽는단다. 모두 다 잠든 시간 고요히 앉아 책을 보는 것도 즐겁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물론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것이리라. 평생직장은 없다고들 한다. 우리 사무실 직원들도 자주 바뀐다.

얼마 전까지 그만둔다고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이제 요즘 젊은 사람들 성향을 이해하고 나니 보내고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진 것 같다. 인간의 특성 중 하나는 자기 이기다. 그러기에 자신에게 편하고 유리한 것을 선택한다.

더구나 우리 세대에 비해 요즘 아이들은 직장은 평생 다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미련 없이 좋은 조건이 생기면 떠난다.특히 문화적 혜택이 별로 없는 우리 지역과 서울을 비교하면 선택을 어디로 할지는 자명하다.

누구든 최고의 선택을 할 권리는 있으니 그들을 존중한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빨리 해소되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날 방콕의 옛 수도 아유타야를 방문했다. 넷플릭스에서 아유타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고 했더니 하루 패키지여행을 예약했다.

텔레비전에서 보아서 낯설지 않고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배를 타고 나가서 보는 일몰이었다. 코타키나발루로 일몰 여행을 갔을 때는 날씨 때문에 보지 못해 매우 아쉬웠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거기에 큰아이가 동영상과 사진으로 남겨주어 돌아와서도 보니 그 감동이 더 한다. 늘 궁금했던 아이의 동선을 따라가 본 짧은 여행이었다. 기회가 되면 또 같이 가자는 아이에게 한 번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전했다.

여행이 즐겁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을 하는 것을 지켜보는 조마조마한 마음과 안쓰러움의 체험은 한 번이면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 나를 흥분케 하고 충만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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