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힘내!
잘했어 힘내!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3.10.19 1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가을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거실 바닥에 눕는다. 바삐 움직인 일상에 선물같은 하루가 시작됐다. 지난 두 달은 협회 회장을 하면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보조사업 시스템이 바뀌면서 찾아온 위기다.

서울에 있는 한국문협 본부를 직접 찾아가서 서류를 받아오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내가 왜 이 자리에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오락가락 내리는 비처럼 오갔다.

실컷 푸념하고 수다라도 떨면 나아질 것 같았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30여 년 전 문학이 좋아 글을 쓰다가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단체활동을 했다. 사무국장을 한 지도 벌써 십 오 년이 지났다. 사무국장을 할 때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두 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바깥으로 돌았다.

그때 둘째 아들이 했던 말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의외로 감성적인 둘째 아들은 저녁마다 외출해서 자주 못 보는 나를 향해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내 옆에 없지만 내 가슴에 있어'. 어린 나이에 그런 말을 하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때는 행사도 많았고, 사무국장으로서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 모든 행정 절차를 스스로 했다.
경험만큼 값진 것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사무국장으로서 발로 뛰고 사업을 했던 경험이 협회 회장으로 일하면서 전체를 보고 추진하는 힘이 되었다.

코로나가 풀리면서 사업을 무리 없이 진행했고, 올해는 더 성장하는 문학단체가 되었다. 대내외적인 일을 하면서 모질지 못한 성품은 단체장으로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자책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성품을 좋아하는 이도 있으니 다행이다.가을빛이 꽃길처럼 열린 길을 따라 상을 타러 서울로 간다. 교통체증도 즐길 만큼 여유가 생겼다. 한국문인협회에서 전국 180여 개 지부 중에서 2개 지부에 수여하는 우수지부로 음성 문인협회가 선정되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면서 주저앉고 싶을 때 '조금만 더 힘내'라고 가슴에 상을 안겨 주신다. 지역문인협회의 어려움과 수고로움을 잊지 않고 '우수지부'로 인정해주심에 감사하다. 개인적인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단체로서도 영광이다.

전국대표자 회의에서 우수사례발표도 하게 되니 더 뜻깊다. 이제 남은 일 년여를 잘 버티고 힘내리라. 오늘의 수상은 나를 붙잡는 끈이 되었다. 내가 준비해 간 파스텔 색조의 꽃다발이 푸른 가을 하늘과 잘 어울린다. 꽃을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기분이 정말 좋다. 어깨를 두드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