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을 베어 먹은 듯
기울어진 여백의 아름다움이여
애타게 기다리던 님 만나면 부끄러울까 봐
깊이 잠든 새벽 살며시 일어나
분단장하고 나선 여인이여
가족의 삶을 짊어지고 어디론지 데려갈
봉고차를 기다리는 일용직 가장들
낡은 유모차 달달거리는 소리
희미한 가로등 밑에 폐지 줍는 할머니
휑한 눈동자로 병원 벤치에 앉아 하늘만 보고 있는 여인
어둠을 뚫고 서로 손 잡고 교회를 향하는 노부부
그들이 발자국 옮겨 놓을 때마다 총총거리며 따라나선다
혹시 내 님이 아닌지 궁금해서일까 ?
시간은 그 사람을 변하게 하고
사랑과 우정은 구름처럼 흘러갔지만
새벽달은 변함이 없다
구름이 가려도 시간이 흘러도
때가 되면 찾아와
새벽을 걷는 이들의 연인이 된다
그런 새벽달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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