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배우다
놀이를 배우다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3.06.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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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두 바퀴 정도 주변을 맴돌다 겨우 찾은 곳은 순간의 짜증을 없애 버릴 정도로 예쁜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공원이 있었다. 마시던 커피를 가지고 의자에 앉아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단 몇 분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인데 그러지 못했다.음성행복교육지구 마을교육활동가로 몇 해째 수업을 하고 있다. 해마다 역량강화 연수를 받아왔고, 올해도 어김없이 연수가 있었다. 

교사의 질을 뛰어넘는 교육은 없다는 말처럼 꼭 필요한 과정임을 잘 안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은 덕분에 '교육'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도 했다.

원격 연수는 세 과정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학교와 마을교육의 연계와 안전한 교육환경을 지키는 것도 우리의 몫임을 절감했다.

현장연수는 놀이교육, 환경교육, 에듀테크 활용교육, 행복교육지구의 현재와 미래 등을 테마로 있었는데 아쉽게도 두 번 개인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 교육장소는 충주 놀이교육지원센터이다. 모래놀이터를 살펴보는 사이에 버스에서 내린 일행들과 안으로 들어갔다. 나누어준 이름표에는 반이 표시되어 있었고, 나는 아홉 명의 팀에 속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레고놀이'를 할 수 있는 교실이었다. 세 명씩 자리에 앉았다. 가장 잘 하는 것 한 가지씩 말하며 대부분 알고 있는 게임에 맞춰 자기소개를 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점점 익숙해졌다.

레고를 가지고 노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내가 어릴 적은 물론 내 아이를 키우면서도 레고를 사 준 적이 없다. 시골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은 바깥에서 흙을 만지고 놀거나 뛰어다녔다.

그런 레고를 가지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만들라고 하니 난감했다. 옆에 선생님은 아이가 어릴 때부터 레고를 가지고 같이 놀고 키즈 카페 비슷한 레고 놀이터를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원하는 레고를 선택하고 조합해서 멋진 집을 만들었다. 나는 궁리 끝에 내가 갖고 싶은 서재 하나를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집에 담긴 이야기를 짧게 나눈 후 이번에는 팀으로 배를 만들어서 시합하는 과제를 줬다.

시작 전에 레고를 찾고 부분 조립하고 완성하는 역할로 나누었다. 처음 만났지만 한 팀으로 묶으니 경주를 할 때는 힘찬 목소리로 응원한다. 자투리 천으로 만든 오재미로 여러 가지 놀이를 가르쳐 준 전래놀이 선생님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주기 위해 일 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우리 가 모두 전래놀이를 퍼뜨리는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면서 배운 연수였다. 만들어진 놀이 공간에서 놀이도 배우는 시대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변하는 세상에서 아이들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어디든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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