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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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1.08.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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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향숙 수필가.
남향숙 수필가.

큰딸이 시골집으로 이사를 가서 넷째를 낳았다. 모유 먹이고 천 기저귀 채우고 채소와 된장국을 많이 먹인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연에서 많이 뛰어놀기다. 기본에 충실한 아이 키우기이며 옛날 엄마들의 자연 육아다.

셋째 손자는 비가 오면 아주 좋아한다. 장화 신고 나가 웅덩이 물을 탁탁 밟으며 쾌감을 느끼는지 깔깔거리고 웃는다. 그러다 재미없으면 그 물에 머리도 감는다. 앵두가 익었는데 새콤달콤한 천연의 맛이 이상한지 따서 버린다. 만져보고 느껴보고 밟아보고 네 살은 궁금한 것이 너무 많다.

큰손자는 8살이다. 섬세하고 침착해서 책 읽기와 피아노 치기를 좋아한다. 길앞잡이, 방아깨비, 땅강아지를 보면 흥분해서 소리를 치며 잡아서 관찰한다. 거머리가 논에서 유유히 노는 것을 보고 크기가 작다고 시시해한다.

둘째 손녀는 6살이다. 시골 초등학교의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데 원생이 손녀와 동갑내기 여자친구 2명뿐이다. 발레와 미술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 외부에서 오신다. 평소 배우고 싶었던 발레를 전문가 선생님께 배우니 손녀는 종알종알 자랑이 많다.

전교생이 같은 차를 타고 등하교를 하니 남자형제 뿐인 손녀는 예뻐해 주는 언니들이 생겨서 좋아한다. 눈 뜨면 논과 밭, 산이 보이는 그곳에는 아이들이 모두 도시로 나갔다. 하지만 우리 큰딸은 거꾸로 초등학교까지는 흙 밟고 자라야 인성이 잘 자란다고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했다.

마당 한 쪽에는 괭이와 삽, 호미가 항상 준비되어 있다. 풀도 뽑고 구덩이도 파고 꽃도 심었다 뽑았다 늘 분주하다. 지렁이도 만지고 나비 잡으러 봄내 매미채를 들고 다닌다. 지난봄 손자들 셋과 손잡고 산책을 나섰다.

모내기 철 논에 물이 찰랑찰랑하다. 커다란 백로가 날개를 접으며 날아와 앉는다. 바람도 강아지도 우리를 따라나선다. 금계국이 노랗게 물결치며 춤을 추고 돌나물이 노르스름하게 꽃을 피웠다.

멀대 같은 엉겅퀴는 보라색 꽃을 매달고 같이 따라가고 싶어 한다. 논둑길에는 옛날처럼 쥐눈이 콩이 올망졸망 줄지어 자라고 있다. 식물들이 비를 맞고 햇빛을 받고 열매 맺는 것을 보며 아이들도 같이 자란다.

새들은 이른 새벽부터 같이 놀자고 귀를 간지럽힌다. 재잘재잘. 짹짹. 삐리릭삐리릭. 커튼은 젖히니 햇살도 바람도 모두 친구가 되어 같이 놀고 있다. 손자들의 웃음소리와 어울려 초록 세상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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