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과 병아리를 보며
닭과 병아리를 보며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1.06.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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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춘란 수필가.
지춘란 수필가.

우리 집 농장에는 닭과 병아리들이 있다. 닭은 알을 품기 시작하면 21일 동안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알 품기에 온 정성을 쏟는다. 우리가 보면 측은 할 정도로 먹지도 않고 알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 대견하다. 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임신 했을 때가 생각난다.

닭처럼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만 태교에 신경 쓰고, 좋은 것 먹으려 노력하고, 좋은 것 보고 듣고, 나름대로 조심 했던 일이 떠오른다. 나는 내 생각이 나서 인지 닭장 속을 자주 들여 다 보게 되고 관심이 더 갔다.

21일이 지난 후 암탉은 우리에게 예쁜 병아리 4마리를 선물로 주었다. 알 5개를 넣어 주었는데 4개는 병아리가 되었고, 1개는 부화를 못하고 말았다. 병아리가 태어나자 암탉은 알을 품었을 때와는 다르게 힘이 넘치고 더 날카로워 졌다.

우리가 닭장 문만 열어도 자신의 새끼를 해칠까 봐 조그만 몸을 최대한 부풀려 우리에게 달려들 기세를 한다. 그리고 병아리들을 자신의 날개 속으로 숨기기에 바쁘다. 가축들도 모성애가 사람 못 지 않음을 느낀다.

어미 닭은 더 바빠졌다. 모래속에서 뒹구는 것도, 먹이 먹는 것도 가르치고 땅을 두발로 헤집으며 먹이를 찾아 쪼아 먹는 것도 가르치느라 여간 바쁜 게 아니다. 병아리가 어느정도 크니 횟대에 올라 가는 것을 가르친다.

낮은 데부터 높은 데까지 이동이 자유로워 지면 홀로서기를 가르친다. 그때부턴 모성애를 찾아보기 힘들다. 병아리도 지금부턴 철저한 사회생활에 돌입한다. 나는 닭과 병아리를 보면서 우리들의 삶과 같음을 깨달았다.

우리 집 부부는 삼 남매를 낳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극성스럽게 키웠던 것 같다. 아이들 생각 보다는 내 생각을 더 주입하고자 했고, 공부 공부 노래를 불렀던 욕심꾸러기 엄마 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사춘기를 심하게 앓기도 하였고, 아이들이 부모와 대화를 잘 하려하지 않아 힘겨웠던 날들도 많았다.

그러다 하루는 막내 아들의 고2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불러 “아이들이 모두 다르잖아요, 어머니. 다름을 받아들여야 해요”라는 말을 하셨고, 그제야 내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지금은 세 자녀와 썩 잘 되는 소통은 아니어도 속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른다.

병아리들이 높은 횟대를 정복하고 홀로서기를 한 것처럼, 내 아이들도 각자의 삶의 둥지를 틀기 위해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잘 극복 할 수 있음을 믿기에 엄마인 나는 참 행복하다.

병아리들처럼 씩씩하고 힘차게 날갯짓을 하다 보면, 순간순간 힘든 날이 있겠지만 행복을 찾지 않을까 싶다. 행복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음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어렴풋이 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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