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제비집은 쓸쓸하다
빈 제비집은 쓸쓸하다
금주의 시
  • 음성뉴스
  • 승인 2021.06.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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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룡 시인.
김종륭 시인.

중천에 해가
낮의 길이를 길게 길게 늘이는
하지의 여름날
시골 추어탕 집에서
뜨끈한 추어탕을 먹고 나오는데
발밑에 새똥이 낭자하다

허름한 처마 밑 제비집에
이소가 가까운지 몸집을 제법 키운
새끼 제비 오 형제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며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조만간 새끼 제비들은
둥지를 떠나 홀로 사는 법을 배우고
힘차게?먼 강남으로 떠날 것이다

요즘 꿈에 내 아이들 어렸을 적
새끼 제비 같은 모습이 종종 보인다
이제 둥지를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이별을 준비한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잎새 떨구며 서 있는 왕벚나무처럼
벌써 나는 쓸쓸하다
가을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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