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 부는 대로 일렁이는
줏대 없는 가지를 잘라낸다
꽃눈도 달지 못한 채
하늘로 치솟는
오만함을 가위질한다
하는 일 없는
백수의 가지를 떼어내고
나뭇가지 사이로
빛을 통과시키려면
위선의 가지
허욕을 걷어내야 한다
사과나무마다
살가운 손길로 도장지를 자르며
내 안에 무수히 움터 오르는
나를 자른다
늦가을 잘 익은 열매 위해
도장지를 자르듯
내일의 나를 위해
애절한 기도처럼 가위질한다
저작권자 © 음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