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지를 자르며
도장지를 자르며
금주의 시
  • 음성뉴스
  • 승인 2020.11.1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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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시인.
김미숙 시인.

사과에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 부는 대로 일렁이는
줏대 없는 가지를 잘라낸다
꽃눈도 달지 못한 채
하늘로 치솟는
오만함을 가위질한다
하는 일 없는
백수의 가지를 떼어내고
나뭇가지 사이로
빛을 통과시키려면
위선의 가지
허욕을 걷어내야 한다

사과나무마다
살가운 손길로 도장지를 자르며
내 안에 무수히 움터 오르는
나를 자른다

늦가을 잘 익은 열매 위해
도장지를 자르듯
내일의 나를 위해
애절한 기도처럼 가위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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