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는 건강보험료
발목잡는 건강보험료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0.04.1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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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코로나 19로 휴식이 길어졌다. 4월에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사라지면서 우울해졌다. 그러던 중 지자체별로 프리랜서를 위한 지원제도 안내 문자를 학교에서 받았다. 지원대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군 홈페이지 공고를 확인했다.

국가에서도 다양한 긴급재난기금 지원제도가 마련됐다. 그런데 지원제도의 기본 기준은 건강보험료 납부였다. 아무렇게나 꽂아둔 건강보험료 납부내역서를 확인해 봤다. 군에서 지원하는 대상에서도 제외였다. 수입이 있을 때는 자동이체로 결제되는 보험료에 신경 쓰지 않았다.

보험료가 너무 많다는 생각은 했지만 돈을 벌고 있으니까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사태가 벌어지고 나서 건강보험료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면 먼저 건강보험료납부 기준에 맞아야 했기에 지사를 방문했다. 두 번 방문 끝에 어렵게 담당자와 면담을 할 수 있었다.

지역건강보험가입자는 부과기준이 소득, 재산, 자동차이며 2018년 소득 기준으로 나를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한다. 강사라는 직업상 지금 소득이 없는 상태인데도 학교별로 해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현실성 없는 답변을 들었다.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에 지원금을 받으려고 여기저기 알아 보면서 '나랏돈은 빼가는 사람이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장학금도 남편이 공무원이고 나도 소득이 있기에 해당사항이 없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사업을 하고 객관적으로 수입이 괜찮은 이가 장학금을 받거나 지원금을 챙기는 경우를 봤다.알고보니 거기는 증빙없는 현금거래가 대부분이라 소득이 뜨질 않고, 서류상으로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적 지원은 서류중심이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생계가 어려워도 서류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제외다. 현실적으로 건강보험료 납부 기준이 합리적인 것도 맞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번 코로나지원제도의 대상도 취약계층의 중복이 될 것이 분명하다.

며칠 동안 발로 뛰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떻게 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을까?'에 몰두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금을 빼돌리는 나쁜 방법을 찾아 헤맨다. 그런 생각까지 한다는 게 씁쓸하다. 몇 달째 소득이 없음에도 대출을 받아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현실은 녹록치만은 않다.

그러면서 국민청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살펴보다 보니 '지역건강보험부과체계의 불합리성'에 대한 글이 있어서 동의를 누르고 여기 저기 퍼 날랐다. 건강보험료 납부를 지원제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지역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의 개선은 필요하다고 느낀다. 목소리를 높이면서 나도 함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주인이 되고 있음을 실감한다.오늘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일이다. 산에 들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꽃처럼 여기 저기서 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꽃이 피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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