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의 손이 빚어낸 백의의 사기그릇
제 몸에 담았던 수많은 맛을 추억하며
어두운 찬장 속에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이 빠지고 금이 간 식구들
뿔뿔이 흩어져 가고
일 년에 서너 번 보일까 말까 하는 얼굴
웃음이 둥글게 모여 앉은 식탁에서
맛이 중심되었던 말과
비워진 자리에 담기던 포만의 표정을
그릇은 잊지 못하고 있어
진열장 구석자리에서라도
불려 나갈 때를 기다린다
예뻐야 그릇이라지만
채우고 비워야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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