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에 대한 짧은 생각
효(孝)에 대한 짧은 생각
행복의 뜨락
  • 이재선
  • 승인 2016.07.28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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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선 수필가.

시장을 다녀오는 길에 굽은 허리를 두드리며 걸어가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 주게 되었다.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도와준 것뿐인데 민망하리만큼 고마워한다.

묻지 않았는데도 자식 이야기를 한다. 같이 살자고 했지만 살던 곳이 편해서 혼자 산다고 했다. 불편한 몸으로 장 보러 나 온 것이 남 보기에 좀 그랬나 보다. 같이 걸어가며 할머니께 어떤 게 효도냐고 물어보니 자기들끼리 잘 살고 가끔씩 얼굴 보여 주는 거란다.

얼굴 보여 주는 거란 말에 가슴이 찡하다. 노인의 4고중에 고독이 들어간다. 부부가 살면 덜 하지만 혼자인 경우에는 젊은 사람이 생각하는 그 이상의 외로움을 겪는다고 한다. 난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엄마만 둘이다. 모두 가깝게 사셔서 가끔씩 두 분을 함께 모셔온다.

맛난 거 해드리고 씻겨드리고 함께 내기화투도 쳐서 치킨도 시켜 먹으며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낸다. 아주 평범한 일이지만 두 분은 상상 이상으로 즐거워하신다.

특별히 그 것을 효도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그 것을 효도라고 한다. 아니라고 설명을 해도 젊은 아이들의 사고와 우리 어른들의 사고는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다.

이 아이들이 가정을 이루고 살면서 부모를 찾아보러 올 때, 그냥 만나러 가는 게 아니라 효도하러 간다며 올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또 찡하다. 한 기사를 보니 중국에서는 부모를 찾아가지 못 할 때 돈을 주고 하루 효도하고 오는 효 대행업체가 성행중이란다.

처음에는 찾아가지 않는 것 보다 그래도 낫지 않나 했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그 것이 습관으로 이어지면 자식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노인 인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노인복지를 공부하면서 더 절감하게 되었다. 2000년도에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30년이 되면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다고 한다.

노인의 인구가 많아질수록 젊은 사람은 부양할 수가 늘어나니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부모님 찾아뵙는 횟수는 줄어들지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효 대행업체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또 다시 가슴이 찡하다.

T,V채널을 돌리다 다큐프라임이란 프로에서 파푸아뉴기니의 어느 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잇몸을 들어내고 웃고 있는 노모 옆에서 같이 늙어가는 아들이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스콜이 내리기 시작했다.

30분정도 내리고 스콜은 그쳤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그 곳 원주민들에게는 비는 빗물 그 자체가 아니라 식수부터 생활수로까지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노모와 있던 아들은 그릇에 받은 빗물을 가져와서 노모의 얼굴부터 씻기기 시작했다. 노모를 씻겨드리고 싶었지만 물이 없어서 못 씻겨드렸는데 비가 내려서 너무 기쁘다며 웃는 모습에 가슴이 찡하다. 효는 큰 것이 아니라 엄마를 씻겨주고 싶어 비를 기다리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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