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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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시
  • 박여민
  • 승인 2016.03.15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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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여민 시인. 짓시회
새벽을 베는
날카로운 칼날이 둥근 창살에 걸려있다

큰며느리 집 나가고
홀아비 아들과 단둘이 사신다는 할머니
웃을 일 없다며 깊은 한숨 토하신다

아직, 동녘도 트기 전 머리에 수건 동여매고
날 선 낫 집어 들고 밭으로 나가신다
허리는 활처럼 휘어져
금방 앞으로 곤두박질칠 것 같다
패인 주름골마다 겹겹 서려 있는 한

긴 겨울 다 가고 그믐달은 희미해져 가는데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걸까
보이질 않는다 꼬부랑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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