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번 첫차

금주의 시

2023-04-21     음성뉴스
심종화

졸린 눈 비비고 읍내를 출발한 첫차

새벽을 태우고 혼자 달린다

음성중학교와 남신초등학교를 지나

삼십오 리 산마을을 돌아 다시 오는 길

소여리 주유소도 눈을 뜨고 잠든 시간

인기척 없는 정거장엔

오늘도 설익은 바람 소리뿐

먹먹해진 버스는 멀리서부터

괜히 비상등 눈을 깜빡여 보기도 한다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과 꿈을 태우고

덜 삼킨 새벽밥의 졸음도 태우고

신명 나서 몇 정거장 돌다 보면

어느새 학교 앞에 먼저 도착해 있던 아침

오늘은 늙은 새벽이 혼자 와서

학교 앞을 어슬렁거리고

보호할 아이들도 없는 보호 구역에선

빨간불이 초조한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