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산 산행
원통산 산행
행복의 뜨락
  • 서민웅
  • 승인 2015.09.0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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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웅 수필가.

지난해 고향 원통산 산행을 한 적이 있다. 원통산은 음성군 감곡에 있는 산이다. 쌍봉산모임에서는 해마다 한 번은 고향 쪽으로 산행한다.

부용산, 수레의산, 우둥산은 이미 다녀와서 별로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음성에는 큰 산이 적은 편이라 그동안 괴산에 있는 산을 많이 다녀왔다.

시월 중순, 후배와 9명이 답사에 나섰다. 인터넷에 찾아본 대로 관음사 가는 길을 들머리로 삼았다. 감곡에서 충주로 가는 국도에서 갈라져 관음사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논밭 옆으로 난길을 끝까지 따라가자 절이 나타났고,그곳에서 도로는 끊어졌다.

우리가 목표한 관음사. 유래는 고문헌 기록에 나타나지 않아 잘 알 수 없지만, 신라(新羅)의 명필 김생(金生)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제일 편한 들머리로 알고 찾았으나 대형버스가 회차할 수 없어 다른 들머리 찾기에 나섰다.

결국, 원통산을 가운데 두고 크게 한 바퀴를 돌며 진입로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삼성 마이산으로 변경할까 망설이다가 다시 찾아보자고 차를 반대방향으로 돌렸다. 주천저수지 인근에서 한 노인을 만났다. 그분이 안내해 준 도로는 양산리 쪽이었다.

그곳에 세워 놓은 산행안내판을 보니 먼저 갔던 사곡리가 4코스이고 양산리가 1코스였다. 옆 농가에 사는 아낙에게 들머리를 물으니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주위 과수원이 그 집 소유인 듯했다. 아직 만산홍엽은 아니지만 단풍들기 시작한 참나무가 어울린 산이 산뜻하게 다가왔다.

등산길에는 마른 풀과 낙엽,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널브러져 있었었다.풀도 나무도 눈에 익고 밋밋한 산의 형세도 눈에 익다. 처음 오르는 산이라도 고향이라 그런가 보다. 가슴으로 들어오는 공기마저 시원하고 익숙하다. 다른 산행 때 항상 긴장하던 것과 달리 마음이 누그러지고 푸근해진다.

왜 그렇게 도토리는 많이 떨어져 있는지. 가는 길에 널린 게 토실하게 살진 도토리다. 다람쥐가 눈에 띄지 않는다. 도토리를 먹을 동물들이 살고 있지 않나? 능선 길을 따라 큰 참나무가 많다. 산나물을 잘 아는 후배가 여기저기 취나물도 보인단다. 도시 사람들이 안다면 이 산의 도토리, 나물 모두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드문드문 산을 지키는 수십 년생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닌 6·25 때는 큰 나무들이 없었다. 나무뿐만 아니라 풀 한 포기 없이 벌겋게 흙만 있어 사방사업을 하느라 어른들이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풀씨를 심고 뿌리느라 고생했다. 하산 길에는 또 들국화까지 새뜻한 얼굴로 고향 찾은 고향 바라기를 반기며 인사를 한다.

처음 이 산을 찾으면서 한자 표기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좋은 뜻 다 놔두고 하필 '원망하다'는 '怨(원)' '애통하다'는'慟(통)' 자일까? 음성읍지(陰城邑誌, 1786년), 대동지지(大東地志, 1861년), 조선환여승람(朝鮮?輿勝覽, 1934년)에 근거 있는 '圓通山'으로 바꾸려 한다니 반갑다.

산 이름 표기 변경과 함께 등산로도 정비하고 들머리와 날머리, 등산로에 알맞은 안내표지판을 설치해 등산객이 찾아와 편하게 이용하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울러 조선환여승람 고적(古跡) 조에 '신라 시대 승려 김생은 원통산(圓通山) 아래에서 나뭇잎을 따 종이로 삼고 흐르는 계곡 물을 먹물 삼아 글씨를 익혔다'는 기록이 있고, 관음사가 김생(金生)과 관련이 있다 하니 관련된 지형지물에 재미난 스토리를 만들어 산을 찾는 등산객이 잠시 읽으며 쉴 수 있게 한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한다.

《에세이문학》으로 등단
-사단법인 한국수필문학진흥회 감사
-사단법인 감우회 《감우정담》 편집위원장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청렴시민감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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