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세라트의 검은 성모
몬세라트의 검은 성모
행복의 뜨락
  • 박윤희
  • 승인 2015.08.06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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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첫 유럽 여행의 설렘도 잠시 빠듯한 일정으로 7박 8일 동안의 스페인 여행이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빨리 흘러갔다.

벌써 마지막 날이다.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구엘 공원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며 웅장함에 감탄하고 마지막을 아쉬워하며 마지막 목적지인 몬세라트에 올라갔다.

그 곳에서 검은 성모상의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듣고 검은 성모상에게 기도를 하면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주신다는 가이드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나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소원을 빌기 위해 줄을 섰다.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다.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며 나는 무슨 소원을 빌까 고민이 되었다. 평소에 원했던 소원은 많았는데 막상 한 가지 소원을 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첫 번째로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돈만 많으면 뭐든지 다할 수 있을 것 같아 막상 결정하려니 아이들 대학, 취직, 건강 등 돈으로 안 되는 것들도 많았다.

'돈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검은 성모상이 점점 가까워지자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소원이 이루어질지 말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여러 욕심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 버렸다.그 순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것이 중요했다.

허둥지둥하며 원하는 것이 무엇이지 도 모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고 끊임없이 요구하며 살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달려왔던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

은 성모상과 가까워지니 마음도 급해져 빨리 결정해야 되는데 큰일이다. 우리의 일행 중 친구가 먼저 소원을 빌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뒷모습을 보며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해진다. 내 차례가 되어서도 결정 못한 채 검은 성모상 앞에 멈춰 서서 눈을 감았다.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말 중 하나의 단어 '행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왔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나도 모르는 나의 속마음이 말하고 있었다.

검은 성모상을 뒤로하고 나오는데 마음이 가벼워졌다. 친구와 나는 서로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소원이 이루어지면 말하기로 약속하고 돌아섰다.

몬세라트 산 아래 내려다보이는 풍경들이 아름다웠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내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벌써 내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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