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꽃
인생의 꽃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5.07.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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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드레스 코드는 '꽃'이다. 파티 일주일을 앞두고 인문학서평 모임 밴드에 회장님의 주재로 초대장이 올려졌다. 모임이라는 이름대신에 쓰여진 'Party'라는 문구가 흥미를 끌었고 의상주제를 정한 것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그 날은 회원 한 분의 생일도 겸했는데 생일선물로 '○○○은 무엇이다'라는 글귀를 적어 오는 과제를 주었다. 일주일동안 바쁘게 보내는 틈틈이 파티때 입고 갈 옷을 고민하고 장식소품을 골라 두었다.

생일 선물도 잊지 않고 주인공을 생각하면서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 보기도 하면서 몸은 힘들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파티가 있는 날 아침 과일을 준비해서 C카페로 갔다. 먼저 온 회원들이 반겨 주었다. 긴 탁자위에는 검은 빛 투명 천 위에 꽃잎이 한 잎 두 잎 흩어져 있었고 포플린 방향제 꽃잎도 향기를 날리고 도자기 그릇위에 예쁜 쿠키가 담겨 있었다.

도자기를 하시는 회장님이 만들어 온 그릇에는 잎사귀를 꽂아 만든 음식이 작품으로 담겨 있었다. 어느 모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테이블 연출에 '파티'를 하는 기분이 더욱 더 생겼다.

꽃목걸이로 장식한 회장님이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꽃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타지에 와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십여년을 살아가던 어느 날 문득 보게 된 단풍이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는 속내를 털어 놓았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오늘 입고 온 옷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선택한 옷은 긴 원피스에 꽃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평소에는 입을 수 없는 옷이지만 한달 뒤 예정된 여행을 준비하면서 사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는 조금 더 화려하고 과감한 옷으로 나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옷을 고르다 보니 유난히 꽃그림이 눈에 띄였고 망설임없이 사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게 있어 꽃이란 일상에서 표출하지 못하는 나를 여행을 통해 드러내게 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게 참석한 회원은 계란꽃으로 불리는 개망초꽃을 실핀으로 머리에 한 송이 보일듯 말듯 꽂고 왔는데 그 회원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두의 꽃 이야기를 들으면서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가치관을 바꾸는 의미로 다가설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가끔은 회의감도 들고 현실에 가깝게 서 있는 나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런 나를 발견하면서 상실감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변해버린 모습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희열을 일깨우는 꽃을 주제로 열린 파티는 최고였고 지금 나는 꽃에 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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