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소일소 일노일노
일소일소 일노일노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5.06.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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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선 수필가.

텔레비전에서 작은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광고를 보며 저렇게 조그맣고 앙증맞은 악기를 다루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알아보니 우쿨렐레였다. 악기나 노래 같은 데는 소질이 없어서 알아서 쳐다보지 않고 살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친구를 설득해서 같이 배우자고하니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우리는 무슨 연주회라도 할 듯 연주자용 우쿨렐레를 구입하고 초보 반에 등록을 했다. 졸업 후 덮어버렸던 음악책을 받고 보니 수많은 음표들이 콩나물 대가리로만 보여 덜컥 겁부터 났다.

그래도 결심한 바 있어 강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더듬거리면서도 열심히 따라 했다. 하지만 머리 따로, 손 따로 종잡을 수 없이 빠른 코드를 따라가기가 역부족이었다. 집에 와서도 열심히 악보를 보면서 연습을 했지만 손가락, 팔목, 어깨만 욱신거린다. 식구들 눈총도 만만치 않았다.

초보라 그러니까 기다려보라며 곧 원하는 곡들로 연주해 주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뒤는 개운치 않았다.
한 달이 지나면서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자신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친구는 기타를 쳤던 솜씨로 초보딱지를 떼고 어렵지 않은 곡들을 들려주었다.

노력이 타고난 재능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을 억지로라도 믿고 싶었다. 처음에는 우쿨렐레 수업이 있는 월요일이 기다려지고 설렜는데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 일요일 저녁이 되면 불안하고 밤중에 일어나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시험공부하는 딸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공부하다보면 머리 아프지?"“그럴 때도 있지요"“그럼 악기 하나 배워 볼래?" 딸애는 지난해에도 머리 식힐 겸 피아노를 배우려 다녔었다. “글쎄요“ 하며 시큰둥했지만 악기를 받아서 만져보고 악보를 보며 관심을 보이는 눈치였다.

난 속으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안한다고 할까봐 조바심이 났다. 이 악기를 딸에게라도 선물해야 마음이 좀 편하지 그렇지 않으면 편두통을 달고 살게 될 텐데 누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몇 번 더 만져보더니 월요일은 도서관도 쉬는 날이니 배워본단다.

핑계 같지만 월요일에 강의가 있어서 딸애가 대신한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속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딸은 재미있다며 연주회에도 참여를 하고 1급 강사자격증까지 땄다. 축하를 해주면서도 딸의 재능이 부러웠다. 악기가 제몫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은 했지만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목요일 오전은 쉬면서 집안일도 하는 날이다. 이런 날을 알고 있다는 듯 아는 형님이 노래교실에 가자고 했다.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결국 손에 이끌려 가게 되었다. 맨 구석 자리에 앉아서 고개도 제대로 못 들고 강사가 부르는 데로 한 소절씩 따라 부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잘 부르면 여기 왔나 싶어서 큰소리로 부르고 나니 가슴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들에게도 얘기해 같이 가자고 권유도 하는 여유까지 생겼다. 노래를 잘 못 해서 어디가든 노래를 안 하려고 애쓰기 일쑤였다.

화음이 곱지는 않지만 함께 어우러져 부르는 2시간동안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수도 아닌데를 연발하며 참여했던 처음과는 다르게 노래교실 가는 날은 신이 난다. 추억의 노래와 중간에 갖는 율동시간은 한주일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주는 명약처방이 되었다.

남 앞에서 부르지 못하면 어떤가, 재능을 탓하며 우울해하지 않아도 좋고 혼자서 흥얼거리며 살 수 있으니 그것으로 만족한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가슴에 와 닿는 구절이 많다. 인생사 굽이굽이길이지만 힘든날만 있을지, 좋은날만 있을지 한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일소일소 일노일노란 가사처럼 한번 웃을 때마다 젊어지고 한번 화 낼 때마다 늙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산다면 어디에든 웃음소리만 가득 할 것 같다. 크게 웃으며 살 수 있고 편두통이 생기지 않는다면 나의 목요일 아침을 노래교실에 기꺼이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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