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 탈 시 대
렌 탈 시 대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5.05.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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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렌탈시대에 살고 있다. 가게나 사무실, 원룸 등을 얻을 때 대부분 임대로 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무실에서는 복사기나 사무용품 등을 임대해서 쓰기도 한다. 정수기나 비데까지 렌탈하거나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놀이 기구 등을 빌려주는 곳도 많이 있다.

얼마 전 우리집도 비대를 설치하게 되었다. 다른 가정에서는 흔한 일인데 우리는 처음으로 설치하여 매달 내야 하는 금액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비대 설치하러 오신 기사님이 침대도 렌탈이 되니 써 보라고 권하셨다. '요즘은 별걸 다 빌려주네?' 그러고 보니 내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지만 내 것이 아닌 것도 참 많은 것 같다.

어린시절 동무들과 했던 많은 놀이 중 땅따먹기 놀이가 문득 기억이 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놀이지만 즐겨 놀았던 놀이 중에 하나였다. 운동장에 커다란 원을 그려 놓고 가위바위보를 하여 이기면 그 안에서 마음껏 땅을 가져갈 수 있는 놀이이다. 그냥 놀이였는데도 더 많은 땅을 갖고 좋아했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난다.

다른 친구들보다 넓은 땅을 차지하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뿌듯했던 경험은 나 뿐만 아니라 그 당시 모든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놀이가 끝난 후 그 넓은 땅도 발로 문지르면 모두 사라져 버림을 경험하게 된다. 그 때의 허무함을 지금의 아이들이 알까? 이처럼 소유욕이 어린 내 마음속에도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좁은 땅 덩어리에서 살다보니 땅의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남자 아이들은 딱지나 구슬을 따 먹는 놀이를 즐겨했고, 여자 아이들은 공기, 핀 따 먹기 놀이를 많이 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계속 되어서도 작은 것에서 점점 큰 것을 소유하기를 위해 자동차나 집을 마련하는데 일생을 걸기도 한다. 남들보다 좀 더 일찍 집을 장만하기라도 하면 뿌듯하고 자랑거리가 된다.

나 역시도 아이가 둘이라는 이유로 전세조차 주지 않으려는 집 주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 때 받은 설움에 더욱 내 집 갖기를 소망했다. 결국 무리한 은행의 대출을 받아서 집을 장만했다. 그 순간 천하를 다 얻은 듯 날아갈 것 같이 기뻤다. 그 대가로 지금은 대출금을 갚느라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늘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집착하게 된다. 나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다른 사람 못지 않게 강하다. 그래서 소유하고 싶은 것이 생기면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 그것만을 위해 정신없이 달리기도 했다.

'소유는 기간이 긴 임대일 뿐이다. 임대 기간이 짧은 것은 사용이고, 임대 기간이 긴 것이 소유이다. 사용이나 소유나 임대라는 점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나의 삶에 부자의 기준을 자가, 전세, 월세에 따라 판단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에게 묻고 싶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인간 세상에서 살면서 잠시 머무는 동안 빌려 쓰고 있는 것 뿐이다. 영원한 내 소유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잊고 지내며 내 것은 영원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소유욕에서 벗어나려면 내 것처럼 보이지만 내 것이 아닌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모든 것은 살아 있는 동안만 잠시 빌려 쓰고 있음에 감사하며 우리는 렌탈시대에 살고 있음을 항상 잊지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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