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지학(爲己之學)'
'위기지학(爲己之學)'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5.01.15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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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눈이 내릴 듯 말듯 날씨가 흐리다. 오늘 인문학 모임을 앞두고 갈등하는 나와 같다. 도서관에서 관장님이 인문학 동아리를 구성해서 한달에 한 번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데 이번 달 책은 '논어정독'이다.

앞 구절 몇 장만 읽다 말았으니 숙제 안 해서 학교가기 싫은 아이마음이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데 문자알람소리에 열어보니 '차 한잔 하러 오세요'라는 가벼운 메시지이다.

방과후 강사로 17년째 일하면서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무엇이든 배웠다. 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것보다 다른사람의 배움이 더 배가 아파서 배웠고 배우면서 행복감도 느꼈다. 방송대 경영학과를 오래전에 졸업하고 3년전에 다시 교육학과에 편입해서 공부할때는 배움의 절정기였다.

고3 수험생인 아들은 뒷전으로 하고 내 공부에만 매진했다. 시험때가 되면 TV도 끊고 40대의 체력을 무시한채 밤을 새우다가 목이 돌아가지 않아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 덕에 수업료 면제도 받으며 좋은 성적으로 평생교육사 2급 자격증까지 덤으로 얻어 졸업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공예 관련 뿐만 아니라 부동산경매, 웃음치료 등 평생교육도시로 지정된 음성군에 일조하면서 배웠다. '논어정독'을 구입해 서문을 읽고 시작된 첫 구절이 '子曰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이다.

이 구절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구절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이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말한 것으로 첫 구절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사람의 첫 인상처럼 좋은 느낌을 주었다.

또한 자기가 좋아서 하는 공부를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고 한다는데 이 말은 가시처럼 나를 찔렀다. 과연 나는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공부만을 해 왔는가? 반문해보니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공부한다는 '위인지학(爲人之學)'을 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 중에 내가 좋아서 공부해서 배움의 즐거움을 맛본 게 교육학과 편입이었다.'논어정독' 앞 부분을 읽고 첫 구절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인문학모임에 참가했다. 세 번째 만남이라 친숙하지는 않지만 책을 좋아하는 공통분모로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다.

한 사람씩 책을 읽은 소감을 얘기하고 듣는 것만으로도 책 한권을 읽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어떤분은 마인드맵을 하듯 한 장의 종이에 마음에 드는 구절과 느낌을 담아 왔는데 쉽게 풀어내서 좋았다.

아침에 '차 한잔 하러 오세요'라는 문자를 받지 않았다면 책을 다 읽지 못했다는 중압감에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향으로 음미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차 한잔 마시는 기분으로 '위기지학'할 수 있는 배움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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