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족되지 않은 억울함
충족되지 않은 억울함
행복의 뜨락
  • 박윤희
  • 승인 2014.11.2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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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요즘 TV를 보면 연예인들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SBS OO야 프로그램에 나와 거침없는 발언을 하는 요리연구가 이혜정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속이 다 시원해진다.

처음에는 의학박사인 남편하고 살면서 뭐 그리 억울한 일이 많아 저렇게까지 말하나? 방송을 위한 과장된 액션인가? 의심도 하기도 했지만 방송을 보다 보면 남편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안 좋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더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구나.

연예인들이나 교수도 모두 나와 사는 모습은 똑 같구나' 느끼며 자신의 삶에 대해 좀 더 관대해 주는 좋은 계기도 된다. 한국 여성들이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 한(응어리)이 맺혀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한이 맺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늘 참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살아 왔기에 참는 것에 대하여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는지도 모른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지 7년 된 친구가 있다. 한국말을 어찌나 잘하는지 그 친구가 말을 시작하면 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줄 때가 많다. 남편과 싸워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리고 싶을 때 나에게 와서 수다를 떤다.

그런데 그 친구의 입에서 “내가 ㅇㅇ 때문에 한이 맺혔어요."라는 말에 쓰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인들만 쓰는 관용적 표현도 쓰는 그 친구의 모습을 보고 '이제 너도 한국사람 다 됐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가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면 건방지고 못된 행동으로 행동의 제재를 받아왔다. 그래서 참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가엾은 세대들이 라는 생각이 든다. 참는 것에 익숙했던 우리 세대와는 달리 젊은 세대들은 자기 할 말은 다하고 산다. '왜 난 저렇게 못 해 봤을까?' 당돌해 보이기도 하지만 도리어 부럽기도 하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처럼 한 번 가슴 속에 맺힌 한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수다를 떨거나 겉으로 드러내면 그 때는 속이 후련하지만 없어지지 않고 가슴 속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가 비슷한 억울함에 노출되면 바로 표출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EBS 가족 상담 프로그램 방송을 보면 내면에 억눌렸던 감정을 찾아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고 해결책이 보이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과 끊임없이 반복되는 억눌린 감정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까지 힘들게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젠 가슴 속에 감춰 두었던 감정을 숨기고 살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내는 훈련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래야 내면에 여유라는 공간이 생겨 다른 사람도 둘러 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나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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