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생일
가짜 생일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14.08.2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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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나는 1년에 생일이 두 번이다. 한 번은 가족과 보내는 생일이 있고, 한 번은 친구들과 공유하는 생일이 있다. 보통 한국 사람은 양력 생일과 음력 생일이 있다. 우리 부모 세대부터 우리 세대는 음력 생일을 쇠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양력으로 생일을 쇤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이들도 모두 음력 생일을 해 먹는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해마다 바뀌는 음력 생일이 불편한 모양이다. 나는 아이들 음력 생일에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거나 시간을 같이 보내고, 양력 생일에는 아이들의 친구들과 간단한 생일잔치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음력 생일에 익숙한 세대들은 한 해의 달력이 바뀌면 일 년간의 제사나 생일을 달력에 미리 적어 놓아야 잊어버리지 않는다. 나도 매 년 새 달력을 받으면 제일 먼저 시 제사와 가족들의 생일부터 달력에 적어 놓는 일을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 시대이라서 달력이 아닌 휴대폰 안의 숄 카렌더에 메모해 놓는다. 이렇듯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따로 메모를 해 두어야 음력 행사는 잊어버리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처럼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잊어버리거나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이것도 요즘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음력과 양력 생일을 잘 알겠지만 나는 도리어 내 양력 생일은 모른다. 그저 내 음력 생일과 호적의 생일만 알 뿐이다. 내 생일과 생년월일이 전혀 다른 호적 생일. 이것이 나의 가짜 생일이다. 그러면 나의 호적 생일이 가짜 생일 된 이유가 있다.

6년 전부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로 일하면서 많은 외국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고 4년 전부터 휴대폰에서 SNS를 하면서 그들과 공유하기 위해 facebook에 가입했다. facebook에 가입하려면 실명제이기 때문에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이 있어야 한다.

facebook 가입 후 나의 친구 맺기는 대부분이 외국 친구들이었다. 정보 교환, 안부, 대화, 행사 안내 등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친구를 맺으면서 나도 모르는 나의 개인 정보가 그들에게 알려졌다. 1년 후 나도 모르는 내 생일에 많은 친구들이 축하의 댓글이 올라왔다. 50여명의 댓글과 메시지를 받으면서 오늘 내 생일이 아니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외국 친구들에게 실제 생일과 주민등록상의 나이도 다르고 생일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지만 뭐라고 표현해야 이해가 될지 몰라 그냥 생일을 축하해 줘서 고맙다고 대답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도 못 살던 시절에 부모들이 아이를 낳으면 바로 죽는 경우가 많아 돌이 지나서 출생 신고를 했다. 그래서 우리 형제자매들은 적게는 일 년 많게는 삼 년 후에야 출생 신고를 했다.

그러다 보니 가족 중 실제 생일을 갖고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것이 우리 가족의 모습만은 아닐 것이다. 그 시대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우리 집에 비슷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말은 전혀 이해 안 되는 대목이다. 굳이 설명하려면 길고 복잡해서 가짜 생일이 생기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일 년에 한 번 나도 모르는 생일에 많은 친구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게 되었다. 어느 새 나는 가짜 생일을 기다리는 설렘으로 맞이한다. 올해도 변함없이 나의 가짜 생일에 전 세계의 친구들에게 메신저로 생일 축하를 받았다.

나 역시도 많은 친구들 생일에 축하의 댓글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칭찬과 축하에 인색했던 나를 반성해 본다. 축하의 한 마디로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과 축하의 말이나 짧은 댓글이라도 행복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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