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색깔, 나눔의 아름다움
한국의 색깔, 나눔의 아름다움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4.07.08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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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열어 둔 창문틈으로 바람이 커튼자락에 감기고 6월의 햇살이 뜨거운 한낮을 예고하며 거실마루에 쏟아진다. 지방선거일이라 쉬는 날이지만 아침부터 풀을 쑤고 간단한 도시락을 챙기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공예수업이 예정되어 있어서 설렘반 걱정반으로 몸과 마음이 바쁘기만하다. 두달전쯤 충북교육청 장학사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음성관내 초등학교에서 한지공예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소개받았다며 수업을 의뢰하셨다.

일정을 조율해보니 지방선거일이라 흔괘히 수락했다. 강의대상은 파라과이교직원으로 한국전통문화부분으로 한지공예수업을 하는 것이다. 다문화센터에서 결혼이주민여성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책자에 실을 강의 원고를 쓰기위해 자료도 찾고 자문을 구하면서 실기보다 어려운 사전작업을 거쳤다. 투표일전에 사전투표를 하고 일찌감치 길을 나섰다. 시간이 넉넉한데도 초행길이라 늦을까봐 과속을 하다보니 너무 일찍 도착해서 잠시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강의장소로 가서 준비를 하고 파라과이 교직원들과 미소로 인사를 나누었다. 먼저 한지공예에 대한 동영상을 보면서 오늘 수업할 '사각보석함'만드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20여명의 파라과이 교직원들이 모둠별로 앉았고 통역관 3명이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천천히 수업이 이루어지다보니 의사소통에는 큰 어려움없이 '사각보석함'을 완성해 나갔다. 만들면서 한국의 전통적인 태극문양에 대한 설명과 한국의 색깔에 대해 알려 주었다. 오늘 수업에는 '훈민정음'글씨가 인쇄된 한지가 사용되었는데 특히 그 한지를 마음에 들어 했다.

별도의 쉬는 시간없이 꼬박 4시간여에 걸쳐서 한지공예수업이 이루어졌다. 지치고 힘든 시간일텐데도 '보석함'을 완성하려는 그들의 의지로 완성의 미를 맛보게 되었다.

더 많은 것을 주고픈 욕심에 '단청문양'의 휴대폰고리도 준비해 갔는데 즐겁게 각자의 개성을 살려 색칠하였다. 완성된 작품을 들고 서로 인증샷을 찍으며 즐겁게 마무리를 했다.

오늘 수업이 꽤나 신나고 즐거웠는지 끝인사를 하자마자 누군가의 선창으로 파라과이 노래가 흥겹게 울려 퍼졌다. 나 또한 그들의 노래에 박수를 치며 눈치껏 양팔 크게 벌려 하트를 그려 보았다.

파라과이 전통 자수로 만든 찻잔 받침도 선물로 받고 오늘 만남이 좋아서인지 다음 여행지로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의 색깔과 멋이 담겨 있는 한지공예 수업을 하면서 문화전도사가 된 듯 뿌듯함을 느꼈고 전통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차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자연이 푸른 색깔을 띠고 펼쳐지듯 지나간다. 새삼 한국의 색깔이 다채롭다는 생각과 나눌수록 그 아름다움이 커진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지나치는 모든 것을 색깔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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