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끈
인연의 끈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4.06.11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명순 수필가.

갑작스런 비보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충주에 계신 어르신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안부 전화도 못하고 지낸지 꽤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쉽고 죄송스런 마음이 더 컸습니다. 혼자 지내셨기에 늘 외로워 하셨는데 마지막 가시기 전에 전화 한 번 더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립니다.

충주 어르신은 문학회 모임 회원의 남편이셨습니다. 연세가 지긋한 노부부였는데 회원이던 여사님이 돌아가신 후에 오히려 인연으로 가끔 뵙게 된 분입니다.

부부간의 금슬이 좋고 서로 의지하며 사셨던 분들이라 부인이 먼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이후에 어르신의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습니다.

얼마나 상심이 컸는지 더 이상 삶의 미련도 다 버린 듯 방황하셨고, 혼자 남았다는 허전함과 생전에 잘해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셨지요.

설상가상으로 대장암에 걸려 장 절제를 했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가 되어 항암치료를 해도 힘들거라 예상했는데 기적적으로 거의 완치가 되셨습니다.

80의 고령이라는 연세를 생각한다면 기적 같은 일이었지요. 그런 상황에서도 하루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는 것은 천형보다 더한 고문이라 하며 힘들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연락이 와서 어르신 댁에 갔더니 타던 차를 팔고 살림도 정리한 후에 새 차를 사셨는데 캠핑카였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방방곡곡 돌아 다니며 세상 구경이나 실컷 하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여든이라는 어르신의 연세에 그런 생각과 판단을 하고 결정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한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팔자 좋은 삶,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으로 보여 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르신이 캠핑카를 산 진짜 이유는 불청객처럼 함께 해야 하는 외로움 때문이었습니다. 적막한 집에서 매일 혼자 지내야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떠나 버린 부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혼자 견뎌내야 하는 외로움의 끝에서 선택한 결정이었습니다.

캠핑카는 여기 저기 다니며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인 것입니다. 남들에게는 호사스럽게 보여지는 캠핑카지만 그 또한 혼자였기에 마냥 좋은 것은 아니라고도 하셨습니다.

하지만 세상과 일정 부분 소통은 되었을 겁니다. 가끔 캠핑장에서 젊은 사람들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그렇게 지내며 가끔 부인의 문학회 지인이었던 회원 몇 분과 만나 생전의 부인 이야기를 나누며 간간히 식사라도 하는 자리가 큰 즐거움 중의 하나였는데 한동안 그 자리를 만들지 못한 죄책감이 저를 고개 숙이게 합니다.

불가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이 매우 귀하다고 합니다. 특별한 끈으로 연결되었던 어르신과의 인연의 끝도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갑작스런 이별에 슬픔이 더 커집니다.

이제는 부인 곁에서 더 이상 외롭지 않으실거라 생각하며 편히 가셨기를 빌어 보렵니다. 곁에 계실 때 안부 전화 한 번 더 못 드려서 죄송하지만, 떠나간 분들에게 바람결에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