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우리처럼
그들도 우리처럼
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4.04.0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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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눈을 밟고 걷는 행복감을 만끽하며 일행의 맨 끝을 뒤따르며 걷고 있다. 뒤에서 바라보니 겨울 한낮의 햇살아래 아이 손을 잡고 한 줄로 걸어가는 그들이 마치 봄소풍 나온 병아리마냥 따뜻해 보인다.

다문화센터에서 직장인을 위한 주말 한국어반이 개강되면서 일요일에 중급반 수업을 맡게 되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오늘은 지역의 도서관을 직접 가보는 현장학습시간을 갖기로 하고 방문하는 길이다.

도서관에 미리 양해는 얻었지만 10여명의 이주민 여성과 자녀를 동반하는 길이라 ‘조용히 해야 한다’는 규칙을 몇 번이고 당부하고 왔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도서관에는 아빠와 책을 읽는 아이 모습, 중.고등학생들 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지난번 대출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서류를 미리 알려 주었기에 준비를 해 온 학생들의 서류작성을 먼저 도와주었다. 그리고 책의 분류가 어떻게 되어있는지와 책을 빌리는 방법에 대해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금왕도서관에는 취학전아동과 부모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유아실이 독립공간으로 있었는데 자녀를 동반한 이주민여성에서 그곳에서 책을 읽어 주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런데 통제불능의 아이들은 소리내어 마음껏 읽고 질문할 수 있는 유아실을 거부하고 자꾸 일반인들이 조용히 책을 읽는 공간으로 나와서 사서선생님의 제재를 받게 되면서 인솔자인 내 등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주민 여성들에게 자녀와 함께 놀러 오듯이 도서관에 오라는 말을 강조하고 언제든 책을 빌리고 볼 수 있음을 알려주면서 도서관을 나왔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도서관을 신기해했고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도 도서관에 처음 와 본 다며 몇 번씩이나 책을 빌리는 게 무료인지 거듭 확인한다.

자녀를 키우면서 한국인 엄마에게 도서관은 일상생활의 한 부분일 뿐 새롭게 배우거나 알아가야 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러나 결혼 이주민 여성에게는 모든 것이 배워야할 학습의 대상이고 공간이다.

한국어, 한국요리, 한국문화 등 오히려 한국인이 소홀히 하는 부분까지도 배우고 있다. 한국어 강사로 5년여를 그들과 함께 지내왔다. 나 또한 그들처럼 남편과 싸우기도 하고 자식 때문에 속 썩는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도 털어 놓으면서 지금까지 시간을 함께 해 왔다.

그렇게 속얘기를 가끔 하다 보니 이제는 그들도 나에게 먼저 어렵고 힘든 얘기를 슬쩍 슬쩍 건넨다. 문화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다 똑같아’라는 공감의 부분도 크기 때문은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한국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일 또한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도서관이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듯이 그들도 우리처럼 이 땅에서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진정한 이웃이 되어 주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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