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니
이 또한 지나가리니
행복의 뜨락
  • 박윤희
  • 승인 2014.02.25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윤희 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살아갈 날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안고 산다. 그로 인해 자신에게 맞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도 좌우명을 갖고 나의 미래와 꿈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

아마 중학교 2학년 쯤 인 것 같다. 학교 선생님께서 가훈과 좌우명을 알아오기 숙제를 내 주셨다. 가훈은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기에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좌우명은 누가 대신 정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인생의 길잡이가 될 목표이기에 고민하던 끝에 '최선을 다하자 (Do one best!)'로 정했다. 그리고 나는 내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며 30년을 넘게 살았다.

내 좌우명에 따라 할 수 있는 한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벌써 40대 중반이 되었다. 그 당시 그저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정했던 내 좌우명으로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니 나의 인생이 결정되지 않았는가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내 인생의 주인은 나임을 느끼며 순간순간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삶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부터 나의 좌우명이 참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음과 열정이 있었던 지난 시절에는 몰랐는데 불혹이 지난 후부터 열정도, 식고 사는 것이 힘에 부치고 버거웠다.

'솔로몬과 다윗의 반지'에 새겼던 문구인 '이 또한 지나가리니' 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두 번째 내 인생의 좌우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다윗왕은 반지에 자신에게 도움이 될 문구를 새기기 위해 세공사를 불러 말했다.

“내가 슬프고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 그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내가 기쁘고 즐거워서 그로 인해 실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상기 시켜주는 말을 그 반지 안쪽에 새겨주시오."

세공사는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부탁하자 '이 또한 지나가리니' 라고 새기도록 했다. 솔로몬 왕자는 승리에 도취한 순간에도 이 글을 보게 되면 왕께서는 자신감을 가라앉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절망 중에도 이 글을 보게 되면 왕께서 큰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말로 유명하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다. 아무런 문제도 없고 힘든 일도 없이 살아간다면 좋을 텐데. 우리는 때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난관에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힘을 얻을 수 있는 말이 무엇일까?

인생을 살다보면 힘든 시간도 지나가고, 즐거운 시간도 지나간다. 그러나 특히 힘든 시간은 즐겁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 힘들다. 밤이 깊어 칠흑 같은 어둠이 점점 더 짙어질수록 새벽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하는 자연의 이치와도 같다.

슬픔이 그대 삶을 밀고 들어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그대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랜터 윌슨 스미스의 시 중에서-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 습관처럼 '힘들다'. '못살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살고 있는 나 자신에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이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 자신과, 지금 절망에 빠져있거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또한 최고의 자리에 앉아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이 말을 해 주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

열정으로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던 나의 삶을 뒤로하고 앞으로의 나의 삶은 앞만 보지 말고 뒤도 돌아보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로움을 찾고자 한다. 각박해지고 어지러운 삶에 찌들어 아름다움 그 자체를 망각의 뇌 속에서 지우려 하지는 않았는지, 말 많고 탈 많은 세상 좀 더 쉬엄쉬엄 여유롭게 살 순 없는지 고민해 봐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