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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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뜨락
  • 한기연
  • 승인 2013.12.26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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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연 수필가.

햇살 좋은 금요일 오후, 오랜만에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창가를 바라본다.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사람의 움직임만 없다면 멈춰버린 시계처럼 고요하다.

평화로운 정적을 깨뜨리고 울리는 현관벨소리에 서둘러 문을 열어주니 민하가 들어온다. 민하는 3년전 드림스타트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공예'수업에서 처음 만났다. 일주일에 한번씩 열명 정도의 아이들과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형제나 자매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거리가 멀어서 차량운행도 해 줘야 하는 상황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아이들 중에는 대답도 잘 안하고 자기 방어를 하는 듯 신경이 날카로워서 다른 친구의 말꼬리를 잡고 시비를 걸거나 1년여의 수업을 함께 하면서도 인사조차도 큰소리로 하지 않고 머뭇거리기도 했다.

손으로 만들고 놀면서 즐기는 수업이었지만 대상을 가리지 않고 시비거는 한 아이 때문에 싸움을 말리느라 수업흐름이 끊어지기도 했다.이대로는 수업진행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선 아이 하나 하나의 특징과 성격을 탐색하면서 작은 것부터 칭찬하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읽으려고 노력하면서 '그랬구나'라는 말로 최대한 공감하면서 손을 잡아 주었다. 손을 잡는 단순한 스킨십도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며 얼른 손을 뺏다.

오랜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아이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 한마디 하지 않던 아이가 한 두마디씩 말을 하고 친구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내었다. 그 후로 3년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공예'수업을 맡게 되었다.

대상아이들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민하처럼 3년을 함께 해 온 아이도 있다. 닫혀 있는 아이들의 작은 마음을 열고 들어가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들은 하늘이네 남매이다. 수업이 끝나면서 서운함을 울음으로 터뜨린 하늘이를 보면서 가슴으로 따뜻한 울림이 전해졌다.

아이들의 작은 가슴에 닫힌 문을 내가 몇 번이고 두드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에 함께 공감하려는 자세없이 단순히 '공예'만 가르치려고 했다면 지금까지 수업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 만남 끝에 내 손을 잡아 준 아이들이 고맙고 그 아이들은 내가 세상을 자로 재지 않고 진실로 대할 수 있는 눈을 가지게 해 주었다.

아이들의 감정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나의 공감에 조금씩 문을 열어주어서 정말 행복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은 시간이었다. 지난주에 올 한해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피자와 치킨으로 파티를 했는데도 습관처럼 금요일 오후 우리집으로 오게 된 민하처럼 앞으로도 많은 아이들이 문을 열고 재잘거리며 들어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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