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돌아보다
길을 돌아보다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3.12.16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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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어느새 12월도 중반이다. 나이에 따라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가보다. 새해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이 새삼스럽다. 한 해를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지난 일 년을 돌아보니 참 바쁘게 살았구나 싶다. 여기 저기 다니며 일도 많이 했고, 작년에 시작한 자격증 공부를 마무리 하느라 특히 전반기에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열심히 살았다.

올 한 해는 다양한 경험들이 나를 즐겁게 했다. 각 가정을 방문하며 한국어를 지도하고, 센터에서의 집합교육도 보람 있는 일이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다가 회사에서 근로자들에게 한국어 지도를 했는데결혼이주여성들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고 나를 발전시키는 작은 계기도 되었다.

조금 더 나은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를 병행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어느 자리가 되었든 기쁘고 즐거웠다. 배우는 것은 배우는 대로 좋았고, 가르치는 것은 가르치는 대로 기쁨이었다.

그들의 성장하는 모습과 낯선 곳에서 적응해 가는 과정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기특하고, 때론 애처롭기도 했지만 다들 너무 예쁜 모습이었다. 그들과 같이 내 모습도 성장하고 발전하며 여물어 가는 모습이길 기대해 보련다.

하지만 사회생활이란 것이 늘 기쁨과 즐거움 속에 머물 수는 없다.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다보니 불협화음도 있었다. 상대가 나를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나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은 나와 다름을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오해가 쌓이고 괜한 구설들이 생겨난다.

길의 끝에 서서 되돌아보면 아쉬움 뿐 이지만 그 때 상황에서는 그걸 인정하지 못하고 마음 한 켠에 분노와 미움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보니 마냥 부끄러운 일이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아쉬운 것은 스스로의 건강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와 게으름으로 내 건강 지표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던 혈압도 오르고, 뒷목은 수시로 뻣뻣해지고, 무릎도 시큰하다. 보이지 않는 몸 안에서는 어떤 변화가 더 있을지 겁이 난다.

나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했지만 이제는 내가 나를 믿기 힘들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망증은 이제는 익숙해질 정도다.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이대로 평생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서 아쉽다.

계사년(癸巳年) 한 해를 돌아보며 또 새해를 기다리며 스스로에게 잘한 것은 칭찬해 주고 잘못한 것은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주고 서운하게 한 것도 많이 있을 것인데 마음으로 사과하고 보다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내실을 다져야 하고, 특히 건강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계사년은 모든 것에 감사하다. 오늘까지 무탈하게 지낸 것에 감사하고, 일 할 수 있음에도 감사하다. 가족은 물론이고 주변에 친구와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도 감사하다.

예전에 꿈꾸던 내 나이 오십대의 모습과 지금 현재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또 달라질지 알 수 없다. 그저 내가 바라던 모습으로 비슷하게 가까이 다가가길 바랄 뿐이다.

지난 일 년 동안 내가 걸어 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바라본다. 어떤 길을 가게 되든 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작은 것들에 감사하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길을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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