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이자매
엄마와 이자매
행복의 뜨락
  • 이명순
  • 승인 2013.06.1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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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순 수필가.

지난 3월 큰아이는 대만에 갔다. 1년 예정으로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를 떠났다. 워킹 홀리데이는 우리나라와 체결된 해당 국가에서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 1년간 체류하면서 관광, 취업, 어학연수 등을 할 수 있는 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6개국과 체결되어 있는데 현지의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고, 여행 경비도 직접 조달할 수 있어서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어찌보면 젊은 날의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특권이자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은 딸아이 혼자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을 못내 불안해 했다. 하지만 아이의 결심을 막지 못했다. 결국 건강검진을 하고 비자도 발급받고, 타이베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예약도 마쳤다. 부모의 마음과 달리 이미 교환학생으로 1년간 중국 생활의 경험이 있어 그런지 아이는 담담했다.

그렇지만 교환학생은 중국에 도착하면 학교 관계자가 공항까지 마중도 나왔고 학교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니 걱정이 덜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 저런 부모의 걱정을 뒤로 하고 아이는 출국했다. 제일 먼저 할 일은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면서 집을 구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려나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3일만에 집을 구하고 일주일 후에는 일자리도 얻었다고 연락이 왔다.

타이베이 물가는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단지 먹는 것은 싼 편인데 우리나라와 달리 집에서 음식을 해 먹지 않고 세 끼를 거의 다 사 먹는다고 한다. 중국어를 전공했으니 기본적인 의사소통이야 가능하겠지만 부모 마음은 이래도 저래도 걱정이다.

그런 가운데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 세상이었다. 카카오톡으로 언제든 연락할 수 있고 통화도 할 수 있었다. 딸아이도 노심초사하는 부모를 위해 자주 소식을 전했고 사진을 찍어 전송하였다. 스마트한 세상은 역시 좋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아이는 잘 적응하는 듯 했다. 집에 있을 때는 답답해 하더니 낯선 곳에서 새로운 생활이 주는 설렘속에 잘 적응하는 듯 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모바일 커뮤니티 서비스를 개설하고 초대장을 보냈다. 들어가 보니 이름이 '엄마와 이자매(李姉妹)'였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제 아빠는 초대가 불가하니 동생과 엄마만 초대한 것이다.

모바일 커뮤니티는 컴퓨터로 연결되는 온라인과는 또 달랐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언제든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했다. 나와 두 딸은 각각 머무는 곳이 달랐지만 언제든 궁금하면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큰 아이는 대만 현지에서 먹은 것, 구경 한 곳을 사진으로 올렸고, 작은 아이는 대학에서 하는 행사 사진이나 근황을 알렸다. 사진을 보며 댓글로 하는 대화가 전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시공간을 초월한 실시간 만남이었다.

그런 가운데 남편과 나는 각자 생활하는 곳에서 잘 적응해 가는 두 아이가 기특했다. 자매라서 더 자주 소통하고 의지하며 힘이 되어 주는 모습도 보기 좋고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더없이 고마웠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예쁘게 자라주길 간절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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