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나무
돈나무
행복의 뜨락
  • 박윤희
  • 승인 2013.05.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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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윤희 수필가.

봄 햇살이 베란다 사이로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다. 추운 겨울동안 거실에 있다가 베란다로 나오니 연둣빛의 잎이 초록색을 되찾아 활기차 보인다.산세베리아, 러브체인, 인삼 펜다 등 여러 식물들이 있다. 그 중에서 유난히 관심을 두고 있는 나무가 있다. 그 나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계기가 있었다.

지난겨울, 친정 엄마 생신으로 친정 식구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 때 큰 언니가 집안을 들러보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 집에는 화초들도 많은데 왜 돈 나무가 없니?" 라며 말을 꺼냈다. 금전수라는 나무가 있는데 잘 키우면 집 안에 돈이 들어온다고 했다.그 말에 귀가 솔깃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이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친정 식구 누구랄것도 없이당장 금전수를 사러가자고 난리였다.금전수는 열대식물로 추위에 민감하며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며 깨끗한 공기에 자라고 물을 자주 주면 안된다.

특히 담배연기는 금물이다. 겨울이라 금전수를 사기란 쉽지 않았다.우여곡절 끝에 금전수를 구해 우리 집 베란다에 금전수가 떡 버티고 서 있다. 금전수는 동백꽃 잎처럼 동글동글하고 잎은 마주난 모습이다. 아마 금전수 잎이 착착 접히는 모습이 돈을 닮아 돈나무라고 지었나보다.

금전수를 들여 온 이후로 나의 신경은 온통 그 곳으로 향해 있었다. 날씨가 추우면 방안에 햇볕이 따뜻하면 베란다에 금전수를 들고 왔다 갔다 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추위에 약한 나무라는 것을 알면서도 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사왔으니 잘 자라기 바란다는 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물을 주고 싶어도 한 달에 한 두 번만 주어야 된다고 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괜히 발만 동동 굴렀다. 그깟 돈이 뭐 길래, 돈이 들어온다는 말에 마음 조이고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한 달가량 그러다가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안달한다고 해서 잘 자랄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그냥 두기로 했다.

죽으면 할 수 없고 다행히 살아주면 고맙다고 생각 하고 한참 관심을 끊기로 했다. 까맣게 잊고 지내다보니 어느 새 봄이 와 있었다. 어느 새 금전수는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고 있었다. 모든 일은 자연의 순리대로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켜 주는 듯 했다.

그래서 인지 집안에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고, 돈이 들어오는 것 같은 착각도 빠지게 되었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맞는 듯하다. 금전수 잎이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연초록빛이 진한 초록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금전수의 모습을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 보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행운이 들어온다는 행운목도 키워봤고, 몸에 지니고 다니면 건강해진다는 옥을 몸에 지니고 다녀보기도 하고, 공기를 맑게 한다는 산세베리아도 키우고 있다. 사람들은 좋다고 하면 뭐든지 다 한다는데 결국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 되고 좋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다'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맨다. 그 일이 남에게 피해가 되는 일이 아니라면 작은 소망을 지니고 살 수 있는 일도 삶의 활력소가 된다.

때론 작은 소망이 지나친 욕심으로 변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런 욕심도 없다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 갈 수 있겠나. 오늘도 베란다에서 잘 자라 주는 금전수를 보면서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설렘 속에 또 하루를 시작해 보련다.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모습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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