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조금 넣었습니다”
“스님 조금 넣었습니다”
  • 음성뉴스
  • 승인 2010.06.18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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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홍 음성뉴스 발행인

6·2 지방선거가 끝난지 벌써 보름 하고도 하루가 지났다.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후보들의 치열한 선거전과 민주당 열풍으로 막을 내렸다.
 

각종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알지 못하는 좋은 일과 나쁜 일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나쁜 일은 선거법 위반으로 법의 규제를 받는 대신 좋은 일은 미담으로 지나치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면 알려지는 일이 다수이고 영구 미재로 남는 일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대부분이 오픈되어 있어 웬 만하면 모든 것이 알려지게 되어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열린사회라 할 수 있다.
 

6·2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각 후보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선거기간 중 정말 불철주야 뛰어다니며 유권자들을 찾았다. 좋은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어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인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 등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후보들이 방문하여 인사를 했다. 정말로 눈물겨운 모습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번 선거에서 공식선거 시작 하루 후인 5월21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후보들은 지역의 각 사찰을 돌며 부처님 오신 날의 봉축과 스님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한 표라도 아쉬운 후보들은 절을 찾은 수많은 주민들에게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했다. 사찰을 찾은 대부분의 후보들은 먼저 연등을 접수하고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큰 인사를 드리는 모습이었다.
 

불자는 말할 것도 없지만 타 종교인 후보들도 법당에서 큰 절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표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에 지역의 특정 후보가 한 일이 요즘 지역 일부 주민들에게 전해져 화제 아닌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 하나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참으로 듣기 거북스러운 말들이 전해지고 있다.
 

사연은 부처님 오신 날 지역의 모 사찰을 찾은 특정 후보가 연등을 접수하고 대법당에서 큰 절을 하고 나왔다고 한다. 특정 후보는 절을 나서며 주지스님에게 인사를 하면서 귀에다 대고 작은 소리로 “스님 조금 넣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났다고 한다.
 

즉 쉽게 말하면 불전함에 성의표시를 했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성의표시는 다른 사람보다는 조금 더 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성의껏 냈으니 신도들에게 자신을 잘 홍보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주지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이고 많은 신도들이 내왕하여 돈을 불전함에서 꺼내 돌려 줄 수 도 없고 참으로 부담되어 난감한 처지였다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 하루 지나고 불전함을 개봉했는데 정말 특정 후보 말대로 조금 넣은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사찰의 신도는 불전함에 보시를 할 때 봉투에 자신의 이름을 꼭 써서 넣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름이 쓰여 있지 않은 봉투 한 개에 1만 원권 한 장이 달랑 들어 있었다고 한다. 아마 특정 후보는 부처님 오신 날이라 신도들이 무작위로 불전을 낼 것으로 지레 짐작하고 1만원을 넣어도 누구 냈는지 모르겠지 하는 마음에서 불전을 넣은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 불전의 금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신을 믿는 사찰에서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행동을 했다는데 불쾌감을 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어 지역사회에서 보란 듯이 인사를 하고 다니고 있다. 신이 있는지 없는지. 세상에 속일 일이 따로 있지 신성한 사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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