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이모님은 어디 계세요
사장님 이모님은 어디 계세요
행복의 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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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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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선 수필가.
이재선 수필가.

나이든 사람은 커피 한잔 마시는 데도 망설여지고 머리를 써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식당이나 커피숍에 들어 갈 때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힘들여 문을 열지 않아도 된다. 일단 들어가면 사장님 대신 무인 정보 결제단말기, 일명 키오스크가 우리를 맞이한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는 젊은이들의 퉁명스런 말투는 나이든 사람을 더욱 주눅 들게 한다. 지난번 아들과 점심을 먹으러 다른 지역으로 갔던 적이 있다. 버튼을 클릭하고 현관문을 들어서니 식당에 손님들은 앉아 있는데 주인은 보이지 않는다.

자리에 앉으며 두리번거리는 사이에 아들은 식탁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메뉴를 고르고 있었다. 메뉴판을 뒤적거리며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그런 재미는 뒷전이고 선택과 완료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도 셀프라 직접 떠와야 마실 수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시골이라 이런 문명의 혜택이 느린 편이다. 생소한 주문에 식당 안을 둘러보고 있는데 주문한 음식이 로봇 자율 이동기에 담겨져 왔다. 추가 주문도 똑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식당 관계자와 마주친 적은 없다. 식당을 나오는데 어디서“안녕히 가세요.”란 말만 들렸다. 속은 채웠는데 허전한 이 느낌은 뭔지 모르겠다. 많은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되기에 젊은이들은 편하고 합리적이어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노후에는 보호자가 있어야 밥도 먹는 게 아닌가 싶어 헛웃음이 난다. 아무리 어려운 것도 내가 알고 있으면 쉽고, 아무리 쉬워도 내가 모르면 어려운 것이라는 엄마의 말씀이 오늘따라 진리로 느껴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읍사무소에서 민원봉사를 하고 있다. 읍사무소에도 무인 민원 발급 창구가 따로 있는데 어르신들이 오시면 도와줘야 진도가 나갈 수 있다. 우리 글 인데도 해석이 필요하다. 생소한 기계 앞에 서면 누구든지 한발 뒤로 물러나게 된다.

긴장을 하면 바로 앞에 있는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도움을 받지 않으면 무료로 뗄 수 있는 서류도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 수수료를 내고 볼 일을 마친다. 체감하지 못 해서 그렇지 무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대중화 되어 있는 게 많다.

그 중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게 은행의 현금자동지급기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송금을 하거나 입, 출금이 자유로운 이 기계도 처음에는 낯설어서 직원에게 물어 보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면서 편리하기도 하지만 삭막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꽂힌다.

나도 곧 노인의 반열에 들게 될 텐데 뒷짐만 지고 있으면 딱한 노인 취급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조금 지나면 익숙하게 된다. 언제 그랬나 싶게 키오스크로 커피와 식사 주문도 쉽게 할 수 있는 날이 올 게다.

아마도 “사장님, 이모님 여기 김치 한 접시 더요”라는 외침은 찻길 옆에 있는 작은 국수집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젊은이들이 사장님 이모님을 그리워하는 부모님 세대를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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