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향 가득히
메밀향 가득히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3.04.21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커피 한 모금을 입 안에 가두고 향을 느낀다. 지금까지 마셨던 커피와는 다르게 구수함이 감돈다. 아마도 며칠 전 여운이 남아있는 탓일게다. 비가 온다는 날씨 예보로 우산을 챙겨 오는 회원들이 약속 장소에 모였다.

오랜만에 가는 문학기행을 준비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장소 선정부터 코스까지 신경을 곤두세웠다.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일을 적극적이고 열심히 도와주시는 사무국장이 있어서 여행길에 오른다.

예년보다 일찍 꽃이 지는 바람에 벚꽃 없는 벚꽃 축제가 열린다는데 오늘 가는 곳은 메밀꽃 없는 이효석 문학관이다. 가는 동안 그 곳과 관련된 퀴즈도 풀고 선물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점심은 모두가 만족할 만한 맛과 구성이어서 다행이었다. 게다가 바로 앞에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과 성씨 처녀가 만난 물레방앗간이 있는 이효석 문학의 터를 볼 수 있었다.

그 안에는 포토존으로 허생원과 성씨 처녀의 몸에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림이 있었다. 나이 든 문우 두 분께서 함께 찍는 요사스런 표정을 보고 한바탕 웃었다.

봉평면은 가산 이효석 선생의 고향이자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된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효석의 작품이 평창 하면 메밀밭을 떠올리게 된다. 이효석은 우리나라 단편문학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 학창 시절 누구나 접해봤을 것이다.

뛰어난 구조와 상징 등 소설의 요소를 갖춘 현대문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해설사는 이효석의 삶과 문학을 들려줬고, 36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성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녀가 이효석에 대해 가진 애정이 전해졌다.

예정에 없던 무이예술촌에서 교실마다 전시된 작품을 감상하고 다양한 구도와 빛으로 그려진 메밀꽃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폐교를 예술촌으로 만든 곳에서 밖에는 비가 내리고, 카페에서는 따뜻한 차 한잔과 감자피자를 먹었다.

회원들은 저마다 피자가 맛있다며 만족해했다. 기억에 남는 공간과 시간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를 잠깐 피하고자 세워 둔 주차장 앞에 농산물 직거래장이 있었다. 대부분 회원들이 그곳에 들러 메밀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보고 선물을 골랐다.

가는 차 안에서 메밀이 들어간 추억의 쫀드기를 하나씩 베어 물고 문학적 감성을 담는다.메밀과 원두가 섞인 특산물로 사 온 커피티백을 따뜻한 물로 우리면서 작가의 마음을 두드려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