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린 눈 비비고 읍내를 출발한 첫차
새벽을 태우고 혼자 달린다
음성중학교와 남신초등학교를 지나
삼십오 리 산마을을 돌아 다시 오는 길
소여리 주유소도 눈을 뜨고 잠든 시간
인기척 없는 정거장엔
오늘도 설익은 바람 소리뿐
먹먹해진 버스는 멀리서부터
괜히 비상등 눈을 깜빡여 보기도 한다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과 꿈을 태우고
덜 삼킨 새벽밥의 졸음도 태우고
신명 나서 몇 정거장 돌다 보면
어느새 학교 앞에 먼저 도착해 있던 아침
오늘은 늙은 새벽이 혼자 와서
학교 앞을 어슬렁거리고
보호할 아이들도 없는 보호 구역에선
빨간불이 초조한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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