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여전히
새해에도 여전히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3.01.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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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진 수필가.
강희진 수필가.

뒷산에 올랐다. 새해에는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카카오 톡으로 들어오는 새해인사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직접 해넘이와 해돋이의 사진들을 찍어서 안부를 전했다.

그 사진을 보면서 저 친구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데 저기까지 올라갔구나! 저 후배는 얼마 전 많이 아팠는데 이제 좋아졌나보다. 환하게 웃는 사진을 보면서 그 사진들에 자극을 받았다. 뒷산을 헉헉 거리며 오르는데 조카가 전화를 했다.

2년의 육아휴직을 받고 다음 주에 복직을 한다고 보고 싶으니 한번 다녀가라 한다. 조카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방학 때면 조카를 봐주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유독 정이 많다. 그때 언니의 시어머니가 아이들을 봐 주고 있었는데 내가 방학을 하면 언니 시어머니는 사시던 시골 큰댁에 다녀오고는 했다.

그런데 복직을 하는 조카의 사정도 그리 좋은 게 아니었다. 시 고모님이 와서 퇴근 때까지 봐 주신다는 것이다. 2년을 육아휴직을 받아도 아이는 엄마의 손이 필요할 때이니 걱정이었다.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 사내아이 둘을 70이 넘으셨다는 고모님이 어찌 봐 주실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평소 때도 아이를 키우는데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손을 빌려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무실에도 결혼 적령기 사원이 결혼을 한다며 아이 키우는데 좀 더 좋은 조건으로 가겠다고 사표를 냈다.

직원채용 공고를 내고 면접을 보는데 3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여성들이 많이 지원을 했다. 우리가 축제를 하는 동안에는 야근도 해야 하고 행사가 주말에 있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 면접을 볼 때는 가능하다고 하더니 합격 통지서를 보내니 2명이나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 때문에 안 되겠다는 전화를 해왔다.   

그래도 조카는 공무원이니 다음을 보고 시고모님께 부탁을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열악한 작은 사무실에서는 그 급여로 누구에게 아이를 부탁을 할 처지가 못 된다. 우리 큰아이도 지난 6월에 결혼을 했는데 아이를 가질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 엄마가 봐 줄 것이냐고 한다. 나 또한 그것은 자신이 없으니 대답을 못하고 그러다 보니 이제 물어보지도 못한다. 조카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와 함께 직장을 병행 할 수 있겠냐 했더니 지금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쓰는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아무래도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아빠들에게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게 하고, 엄마가 한번 쓰고 아빠가 한번 쓰면 아이는 어느 정도 클 것이고 그러고 나서 시간단축 근무를 하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대답을 했다.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헝가리식 출산장려정책'에 대한 인터뷰가 나오고 여기저기에서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출산장려정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절벽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러니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에서 오포세대, 칠포세대에 이어 N포세 대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가족의 의미는 무엇으로 찾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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