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날
그 여름날
금주의 시
  • 음성뉴스
  • 승인 2022.07.0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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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규 시인.
나순규 시인.

태양은 끓어오르고
동구 나무에 매인 황소는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졸고 있다

논배미에서 줄서기 바빴던 모는
터를 잡은 듯 살바람을 탄다

밭둑 엉겅퀴는
사랑 꽃을 붉게 피우고
뒤뜰 접시꽃은 야릇한 향으로
벌을 유혹하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뜨겁게 사랑하고
서럽게 떠나는 여름날

차지게 쏟아지는 소낙비는
꽃술 가슴을 사정없이 때리고
그 여름날 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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