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 잔치
환갑 잔치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2.04.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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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준란 수필가.
지준란 수필가.

나의 남편은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코로나 19로 여럿이 모여 식사가 어려우니 간단하게 남편 형제들끼리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일이 커져 버렸다. 조카들도 참석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처음 식사 모임을 논의할 때에는 코로나가 많이 나오지 않을 때라 조심해서 만나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오고 싶은 사람들 와서 얼굴 보고 식사를 하자고 했는데 막상 환갑 날이 되니 일이 생겨버렸다.

모두들 만나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쉼터로 돌아갔는데, 식사 자리에 참석한 조카 한명이 코로나 증상이 있어 검사 했더니 그만 양성이 나왔다고 문자가 왔다. 조카는 죄송하다고 모두들 밀접 접촉 자이니 검사해 보라고 하였다.

초대한 것은 우리인데 우리가 더 미안하지 조카가 미안해 할 것은 없다고 말은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조용하게 우리 식구끼리 먹을 걸 괜스레 나라의 법도 어겨가면서 여러 사람이 모였다는 죄책감이 오면서, 나의 몸도 증상이 오는 것 같아 긴장도 되고 미안하고, 그래서 누구에게 얘기하기도 부끄러워 졌다.

하루 이틀 지나니 이곳 저곳에서 연락들이 왔다. 코로나에 걸려 자가 격리 한다고 하였다. 우리도 검사를 받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코로나 양성으로 자가 격리를 하게 되었다. 많이 아프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온통 신경이 쓰이고 이웃들과 더 거리를 두게 되었다.

우리가 더 조심 했어야 함을 느끼면서 미안함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는 너무 많이 나와서 우리나라 사람 전체 인구로 따지면 5명중에 한명은 코로나에 감염 되었다고 할 만큼 많이 전염되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일상으로 돌아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거리 두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남편은 평소에 조카들에게 밥 한번 못 사줬다고 이번에 밥을 사줄 수 있다고 크게 기뻐했었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나니 코로나 확진으로 힘들게 한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나도 미안한 마음을 계속 앞세운다.

남편과 나는 결혼한 지 벌써 32년이 지났다. 우리 자식들도 장성해서 모두들 청년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 부부가 건강하게 지내며 자식들에게 걱정 만들어 주지 말고, 행복하게 노년을 사는 것이 우리의 숙제가 되어버린 나이이다.

남편은 당신의 아버지가 환갑 지나고 그 이듬해에 돌아가셔서 자기 또한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상처가 크고 힘들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건강에 더 신경 쓰고 자식한테 힘겨움을 안 주려고 무던히 노력하는 것을 본다.

아직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우리도 청춘인 것 같지만, 이제는 노년에 더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부는 더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면서 일찍 하늘 나라로 가서 자식들에게 한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열심히 움직여본다.

비록 환갑 잔치보다 간단히 식사 하고도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한 밥 한 그릇이 세월이 흘러 얘기 거리로 남겠지만, 그래도 뜻 깊은 환갑 잔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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