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도
효 도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2.03.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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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수필가.
한기연 수필가.

일요일 저녁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내가 가르치는 과목은 한국사회이해로 가르치는 사람도 어려울 정도로 내용이 많다.

그 어려운 걸 온라인으로 교육받는 외국인은 두말할 것 없이 난이도 최고의 수업이다. 가르치면서 매번 공부를 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지난 번 수업에서는 한국의 전통가치인 효와 예절에 대해 가르쳤다. 효는 부모를 잘 섬기고 뜻을 받드는 것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공경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효의 실천으로는 부모님 생신이나 명절에 먼 곳에 있는 자녀들이 찾아 오거나 대중교통에 경로석이 마련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 과정을 가르치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 다른 때보다 더 열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전, 주말 밤에 두 아들이 연락도 없이 집에 왔다. 남양주와 서울에서 일하고 있는 터라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부모의 결혼기념일을 챙기러 일부러 와 준 것이 기쁘고 대견했다. 섬세하게 표현할 줄 모르는 아들들인지라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켰다.

가족생일에는 함께 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형식적인 행사라도 꼭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둘째는 자기 친구들은 이런 거 안 한다면서 투정을 부렸다.

형식과 내용 중에서 내용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형식을 무시할 수는 없다. 표현이 서투르다는 것은 하지 않았고 습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아들이 사 온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간단한 상차림이지만 행복했다.

다음 날 서둘러 나서는 두 아들에게 차비를 줬다. 비록 내 돈이 더 들어갔지만 효를 실천하는 아들 덕분에 부자가 됐다. 부모가 돼 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고 매일 매일 '밥은 잘 먹는지' '무슨 일은 없는지' 걱정이다.

성향이 조금 달라서인지 큰 애는 용돈이 필요하거나 자신이 필요할 때 전화를 하는 편이고 둘째는 안부전화를 곧잘 하는 편이다.

효도라고 하면 크게 무언가 해야 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혼자 있는 시간에 친정 엄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맛있는 걸 먹다가도 생각나고 끼니도 잘 챙겨 드시는 지 걱정이다.

표현도 서툴고 평소에 전화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처음에는 생각만큼 되지 않았다. 안부를 묻는 일을 의식적으로 챙겨서 했다. 전화를 해서 그날의 상황을 묻곤 했다. 나이 들수록 안부를 묻는 사소함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먼 곳에서 찾아 와 준 아들 덕분에 '효'에 대한 여러 가지 상념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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