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엄마와 나
행복의 뜨락
  • 음성뉴스
  • 승인 2021.09.24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준란 수필가.
지준란 수필가.

우리 엄마와 나는 판박이처럼 많이 닮았다. 생김새도 같고 성격도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성격이 강한 우리 엄마는 나를 많이 힘들게 해서 그것이 참 싫었는데, 어느 순간 엄마의 강인한 부분이 많이 닮아 있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엄마와 나는 엄마 집을 리모델링 하는 관계로 3개월간 같이 생활을 하였다. 엄마는 우리 집에서 1시간 떨어진 지역에 사셨는데 그 집이 너무 오래되어 비가오면 비 새냐고, 바람불면 집이 무너질까 봐 우리 형제들이 모두 노심초사 했었다.

그렇게 다 쓰러져 가는 집을 형제들 합심해서 고치니 정말 감사하다. 우리 엄마는 평생을 마당이 딸린 주택에 사셨는데, 처음으로 딸네 아파트에서 생활을 하시려니 생활이 서툴렀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도 두려워 했고, 문 앞 방충망을 여닫는 소리에도 놀라신다.

높은 고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도 힘들어 하신다. 생각해 보면 내가 결혼하고 엄마 혼자 우리 집에 놀러 오신 적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사위를 어려워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옛말에 아들밥은 앉아 먹어도 사위 밥은 서서 먹는 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려워 하신다. 그래서 모든 것에 조심을 한층 더하고, 매사에 더 신중함을 보이신다. 우리 남편과 나는 그러지 말라고 해도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엄마 편하신 데로 그냥 지켜만 보기만 하였다.

내가 회사를 갔다가 일찍 퇴근해서 돌아오면 엄마와 나는 우리 농장에 간다. 엄마는 딸도 도와 주고 소풍 온 것 같다고 좋아 하신다. 고추도 따 주시고 마당에 풀도 뽑아 주시면서 한시도 놀지를 않으신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일을 하고 마주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생각 했던 엄마는 정도 없고 강하게만 느꼈었는데, 우리 엄마는 여리고 정이 많은 우리 엄마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6남매 키우느라 옆을 돌아 볼 여유도 없었던 엄마는 자식한테 해 준 것이 없다고 숨 만 죽이시고 사셨던 듯 하다. 그런 내 엄마가 참 불쌍하고 너무나 가엾다.

엄마는 내일 이면 구순이 되신다. 나는 얼마 있으면 육십이 된다. 엄마의 삶과 내 삶을 비교도 해 보고, 삼십 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도 하면서 엄마를 다시 보고 또 보게 된다. 그러면서 엄마를 이해하고 더 잘해 드리고 싶어서 엄마와 나는 추억을 만들고 또 만들어가면서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웃었다.

지금 엄마는 새집으로 꾸며진 곳으로 가셨다. 아직 편안한집에서 살아보지 못하신 우리 엄마. 자식 둘을 앞세우고 남은 자식에게 폐를 끼칠까 봐 가슴으로 우는 우리 엄마. 이제는 남은 여생 새 보금자리에서 백수를 하고도 더 삶을 사셔서 마음 아팠던 것을 치유라도 받으셨으면 좋겠다. 새 집에서 마음 편안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계시길 기도 하면서 사랑한다고 외쳐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